뇌혈관이 좁아지며 뇌졸중을 일으키는 희귀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영상의학적 징후를 활용해 뇌졸중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법이 제시됐다.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유지욱 교수<사진> 연구팀은 성인 모야모야병 환자의 고해상도 혈관벽 MRI 분석을 통해 특정 혈관 신호가 뇌졸중 진단과 예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모야모야병은 뇌로 가는 주요 혈관이 서서히 막히면서 부족한 혈류량을 보충하기 위해 가느다란 비정상 혈관들이 덩굴처럼 자라나는 질환이다. 이 비정상적인 혈관은 매우 약해 뇌경색이나 뇌출혈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연구팀은 환자 125명의 고해상도 혈관벽 MRI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혈관을 덩굴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아이비 사인(Ivy Sign)’이 공통적으로 관찰됨을 확인했다. 이는 혈관의 기능적 변화가 조영 증강(영상에서 밝게 보임) 형태로 나타나는 소견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Ivy Sign의 범위와 정도를 수치화하는 ‘TVIS(Total Vessel Wall Magnetic Resonance Ivy Sign score)’ 체계를 활용했다. 뇌를 6개 주요 고랑 영역(전두엽·두정엽 등)으로 나누어 평가한 결과, 중심부 고랑에서 이 신호가 가장 광범위하게 관찰됐다.
특히 분석 결과 TVIS 점수가 높을수록 허혈성 뇌경색은 물론 출혈형 뇌졸중의 위험이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MRI에서 보이는 Ivy Sign의 범위가 넓고 선명할수록 뇌졸중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그동안 모야모야병은 환자마다 진행 속도나 뇌졸중 유형이 달라 치료 시기를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번 연구는 영상 판독만으로도 환자의 병리적 진행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는다.
유지욱 교수는 “Ivy Sign은 모야모야병의 활성화 정도나 병리적 진행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라며 “이번에 구축한 TVIS 체계가 뇌졸중 종류와 혈류 상태를 예측하는 영상 바이오마커로서 향후 임상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급 국제 학술지인 <뇌졸중:혈관 및 중재신경학(Stroke: Vascular and Interventional 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