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건강검진 등을 통해 결핵을 조기 발견해 치료할 경우 증상이 나타난 뒤 치료를 시작한 환자보다 완치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가톨릭대 민진수·김형우 교수팀과 함께 진행한 '결핵 코호트 연구'를 통해 무증상 결핵 환자의 조기 발견 및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8개 대학병원에서 모집한 결핵 환자 1,071명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32.7%가 기침, 발열, 체중 감소 등 결핵의 전형적인 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무증상 결핵’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증상 환자들은 증상이 있는 환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령대가 낮고 저체중 비율이 적었으며, 주로 건강검진을 통해 질환을 확인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는 신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경우 감염 초기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무증상 결핵 환자의 ‘재발 없는 치료 성공률’은 86.3%로, 증상이 있는 환자(76.4%)보다 약 10%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특히 건강검진을 통해 무증상 상태에서 확진된 환자는 증상이 발현된 후 진단받은 환자보다 치료 성공 가능성이 무려 2.4배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결핵균이 폐를 본격적으로 손상시키기 전, 증상이 없는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완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ERJ Open Research> 최신호에 게재되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정부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무증상 결핵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2026년부터 전향적 무증상 결핵 코호트 연구를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며 “국내 무증상 결핵 환자의 규모와 특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국가 결핵 관리 정책의 과학적 근거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결핵은 여전히 국내에서 매년 많은 환자가 발생하는 감염병인 만큼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폐 건강을 확인하는 것이 본인과 주변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