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대한민국 간호 역사에 있어 ‘대전환의 해’로 기록될 것이다. 100년 가까운 기다림 끝에 탄생한 간호법이 마침내 현장에 뿌리 내리기 시작했으며, 간호사는 병원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와 국가 돌봄 체계의 핵심 엔진으로 그 가치를 증명해냈다. 격동의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일궈낸 변화의 기록들, <간호사신문>이 선정한 10대 뉴스를 통해 올 한 해를 되짚어 본다.
1. 간호법 6월 21일 전면 시행
간호법이 2025년 6월 21일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이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전문성을 법적으로 보호받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대한간호협회는 법 시행을 적극 환영하면서도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진료지원업무 규칙’ 등 하위 법령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하며 제도 안착을 위한 행정적·입법적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 간호직 공무원 특수업무수당 40년 만의 인상, 전문성 가치 인정
1986년 이후 동결됐던 간호직 공무원의 특수업무수당이 월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2배 인상됐다. 2026년 시행을 앞둔 이번 조치는 공공보건 최전선에서 헌신해온 간호직의 노고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결과다. 이는 만성적인 공직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 공공 의료 현장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3. 진료지원 간호사 법제화, “그림자 노동에서 빛의 영역으로”
의료 공백 장기화 속에서 간호사들은 이름도 없이 과중한 진료지원 업무를 감내해왔다. 2025년은 이러한 ‘그림자 노동’이 간호법 체계 안에서 법적 보호를 받게 된 역사적인 해다. 대한간호협회는 대규모 집회와 1인 시위를 통해 간호사의 직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할 것을 요구해왔으며, 이는 단순히 권익을 찾는 것을 넘어 환자의 안전을 담보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4.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환자 안전은 적정 인력에서 시작된다”
기존의 병상 수 중심 배치 기준은 실제 환자의 상태와 간호 요구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올해 간호계는 실무 중심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를 강력히 추진했다. 과도한 업무량은 간호사의 번아웃과 이직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노동 강도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장치가 보건의료 시스템의 필수 인프라로 부각됐다.
5. 간호사 ‘주 4일제’ 시범사업 확산, 지속 가능한 노동 환경의 모델 제시
세브란스병원을 시작으로 국립암센터 등 주요 의료기관들이 간호사 주 4일제를 전격 도입하며 의료계의 노동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단순한 복리후생 차원을 넘어, 인력 유출을 막고 업무 집중도를 높여 의료 사고를 예방하는 등 주 4일제가 가져오는 유의미한 경영 데이터들이 도출되면서 타 의료기관으로의 확산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6. 2025 간호정책 선포식, “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중심에 서다”
2025년 11월 17일 개최된 ‘2025 간호정책 선포식’에서는 초고령사회에 대응하는 간호사의 미래 비전이 제시됐다. 간호협회는 이제 간호사가 병원 내 치료의 보조자가 아니라 지역사회 어디서든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통합 돌봄’의 주체임을 선포했다. 이는 예방과 관리 중심의 새로운 보건의료 패러다임을 선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7. 간호협회, ICN 학술대회서 ‘NNA 혁신상’ 수상
대한간호협회는 간호법 제정 노력과 코로나19 대응 공로를 인정받아 ICN 학술대회에서 ‘NNA 혁신상’과 감사패를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 간호의 혁신성과 국제적 위상을 입증한 결과로, 향후 글로벌 협력과 연대를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8. 광복 80주년, 독립운동가 간호사들의 정신 계승
광복 80주년을 맞아 역사의 뒤편에 잊혔던 여성 독립운동가 간호사들이 재조명됐다. 국가보훈부와 협력한 ‘간호로 지킨 나라’ 캠페인은 최선화 지사를 비롯한 선배 간호사들의 희생 정신을 기리는 계기가 됐다. 독립의 현장에서 총칼 대신 인술로 나라를 지켰던 그들의 고결한 삶은 오늘날 간호사들에게 전문직으로서의 긍지와 소명 의식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9. 초고령사회의 핵심, 재택 간호의 가치 재발견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재택 간호는 ‘실버 경제’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간호사의 전문적인 방문 관리는 노인 환자의 불필요한 재입원을 막아 국가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민간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돌봄이 곧 복지이자 경제가 되는 시대, 간호사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10.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국가 책임 인프라’로의 체질 개선 요구
간병 살인, 간병 파산 등 사회적 비극을 해결하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근본적인 혁신이 논의됐다. 현장 전문가들은 이 서비스가 단순한 비용 절감 수단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안전 인프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를 위해 수가 체계 현실화와 중증도 기반의 유연한 인력 배치 등 입법적 뒷받침이 2026년의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