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증외상 환자의 치명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으나, 생존자 중 상당수가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령화의 영향으로 일상생활 속 ‘추락 및 미끄러짐’ 사고가 급증하고 있으며, 청소년층의 중독 사고와 여성의 자해·자살 시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질병관리청은 24일 소방청과 협력해 실시한 ‘2024 중증손상 및 다수사상조사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송경준 교수팀이 119 구급대가 이송한 중증손상 환자의 의무기록을 정밀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발생한 중증외상 환자는 총 8170명으로, 남성(73.1%)이 여성보다 2.7배가량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가 1804명(22.1%)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사고 원인의 변화다. 과거 압도적이었던 운수사고 비중은 2016년 59.6%에서 2024년 47.8%로 감소한 반면, 추락 및 미끄러짐 사고는 같은 기간 33.5%에서 44.5%로 크게 늘었다. 발생 장소 역시 도로(47.4%)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집이나 주거시설(26.5%)에서의 발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일상 속 안전 관리가 시급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응급의료체계 강화로 치명률(사망률)은 2016년 60.5%에서 2024년 54.7%로 개선됐다. 하지만 생존자 3703명 중 74.9%가 장애를 겪게 되었고, 이 중 30.8%는 중증장애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율은 2016년(62.8%) 대비 약 12%p 상승해, 생존 이후의 재활과 치료 지원이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중독, 화상, 질식 등 ‘비외상성 중증손상’ 환자는 지난해 1만6715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인위적 사고인 ‘자해 및 자살’ 비중이 65.6%에 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여성의 경우 비외상성 손상의 73.4%가 자해·자살에 의한 것으로 나타나 남성(57.5%)보다 월등히 높았다.
청소년층의 약물 및 화학물질 중독 사고도 급격히 늘었다. 10대 중독 환자 비중은 2015년 47.4%에서 2024년 76.9%로 폭증했다. 이에 질병청 중앙손상관리센터는 청소년 대상 의약품 오남용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다행히 전문 치료 시설로의 이송 체계는 안착 중이다. 중증외상 환자의 권역외상센터 이송 비율은 2016년 15.0%에서 2024년 46.9%로 약 3배 이상 증가하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치명률은 낮아졌지만, 증가하는 장애율을 잡기 위해서는 퇴원 후 치료와 재활을 돕는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 확충이 절실하다”며 “특히 청소년 중독과 여성의 자해 문제에 대한 범사회적 관심과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통계의 상세 내용은 질병청 국가손상정보포털(http://www.kdca.go.kr/injury)에서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