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1일부터 저소득층의 의료급여 수급자격을 가로막았던 ‘부양의무자 기준(부양비 제도)’이 26년 만에 전면 폐지된다. 실제로 가족의 부양을 받지 못했음에도 ‘가상의 소득’이 산정돼 수급 자격을 잃었던 비수급 빈곤층의 의료 사각지대가 대폭 해소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9일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2026년도 의료급여 예산안 및 주요 제도개선 사항을 보고했다.
복지부는 저소득층 보장성 강화를 목표로 2026년도 의료급여 예산을 2025년 대비 13.3% 증가한 국비 기준 약 9조84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주요 증액 내역은 수급자 증가에 따른 진료비 지원에 약 1조 원이 늘어난 9조5586억 원이 반영됐다.
이 외에도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추진에 763억 원, 의료서비스 질 개선(정신질환 수가 등)에 396억 원, 그리고 부양비 폐지 등 제도개선에 215억 원이 각각 편성됐다.
이스란 복지부 제1차관은 “내년도 예산 확대와 부양비 폐지는 저소득층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부양비 폐지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 따른 것으로 2000년 기초생활 보장법 제정 당시 도입된 이후 26년 만의 변화다.
부양비는 부양의무자(가족)가 실제 생활비를 지원하지 않더라도 부양능력 미약 구간에 해당할 경우 소득의 일부를 가상의 소득(간주 부양비)으로 산정하여 수급권자의 소득으로 반영했던 제도다. 이 제도로 인해 비수급 빈곤층이 수급 자격 문턱을 넘지 못하는 불합리함이 해소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향후 고소득·고재산 보유 부양의무자에게만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로드맵을 마련해 제도를 단계적으로 간소화할 계획이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정신질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서비스 질을 제고하기 위한 수가 개선도 추진되는데 이는 개인 상담치료 지원 횟수를 주 최대 2회에서 7회로, 가족 상담치료 지원 횟수를 주 1회에서 주 최대 3회로 대폭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한 중증·응급 환자의 초기 집중치료를 활성화하고자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치료 병원’에 집중치료실 수가를 신설하고, 정신과 폐쇄병동의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입원료를 병원급 기준으로 약 5.7% 인상하는 조치도 함께 시행된다.
이와 함께 요양병원 중증 입원환자에 대한 간병비 지원은 건강보험의 간병 급여화 추진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돼 올 하반기에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내년부터 의료 이용의 적정성을 높이기 위한 관리 방안이 시행됨에 따라 연간 외래진료 이용 횟수가 365회를 초과하는 의료급여 수급자에 대해서는 초과되는 외래진료 비용에 본인부담률 30%가 적용되는 본인부담 차등제가 본격 시행돼 과다 이용을 방지하고 합리적인 의료 이용을 유도할 방침이다.
다만, 산정특례 등록자, 중증장애인, 아동, 임산부 등 건강 취약계층은 현행 본인부담을 유지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외래진료 횟수가 300회를 초과하는 이용자는 시·군·구 의료급여관리사의 집중 사례관리를 통해 적정 이용을 안내받는 관리 체계도 함께 구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