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이대목동병원 김정한 교수,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 한림대 심진아 교수>
기존 항생제로 치료가 어려운 다제내성균을 보유한 말기 암환자들이 일반 말기 암환자들에 비해 호스피스 돌봄을 받을 기회가 적고, 침습적인 연명치료 후 상급종합병원에서 임종할 확률이 높다는 국내 첫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다제내성균 관리가 환자의 생애 말기 삶의 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김정한 교수,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유신혜 교수, 한림대학교 인공지능융합학부 심진아 교수 공동연구팀은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완화의료 상담을 받은 말기 암 환자 6151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1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완화의료 상담 시점을 기준으로 이전 6개월 동안 다제내성균 보유가 확인된 환자(523명, 8.5%)와 비보유 환자를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다제내성균을 보유한 환자는 비보유 환자에 비해 호스피스를 이용할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입원형 호스피스 이용률은 보유군이 24.1%인 데 비해 비보유군은 37.8%로 큰 차이를 보였으며, 가정형 호스피스 이용률 역시 보유군(2.7%)이 비보유군(7.4%)보다 훨씬 낮아 다제내성균 보유 여부가 환자의 호스피스 접근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줬다.
반면, 상급종합병원에서 생을 마감하는 비율은 다제내성균 보유 환자(46.1%)가 비보유 환자(28.9%)보다 월등히 높았다. 또한 중환자실 입실, 투석 등 침습적 연명치료를 받은 비율과 사망 전 6개월 간의 의료비 부담 역시 보유군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다제내성균 보유 말기 암환자 관련 연구 이미지>
다제내성균은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 등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으며, 높은 전파 위험 때문에 환자 발생 시 접촉주의, 격리 등 강화된 감염관리 조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강화된 감염관리 조치가 가족과의 상호작용 제한, 호스피스 전환 지연 등 생애 말기의 삶의 질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 교신저자인 서울대병원 유신혜 교수는 “다제내성균 보유 환자가 원하는 돌봄의 기회가 박탈되지 않도록 호스피스 이용 제한 요인(격리 시설 및 인력 부담 등)을 극복하기 위한 체계적인 개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생애말기 항생제 사용에 대해 의료진-환자-가족 간의 함께 하는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1저자인 이대목동병원 김정한 교수(감염관리실장)는 “다제내성균의 집락을 줄이기 위한 노력, 즉 전신적 항생제 사용의 신중한 결정과 철저한 손 씻기 같은 기본적인 감염관리 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이 다제내성균 관리가 말기 환자의 진료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첫 연구라며, 환자 중심적 감염관리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유럽임상미생물감염학회 공식 학술지인 <Clinical Microbiology and Infection (CMI, IF 8.5)> 최근호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