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28일 제22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약가제도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은 혁신 신약에 대한 보상 강화와 제네릭 중심의 산업 구조를 혁신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개선안의 핵심은 희귀·난치질환 치료제의 건강보험 등재 기간을 현재 최대 240일에서 100일 이내로 줄이는 것으로 2026년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중증 환자들이 보다 신속하게 혁신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중증·난치 치료제 등 혁신적 신약의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ICER(점증적 비용-효과비) 임계값을 상향하고 가중치 모델을 단기적으로 도입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실사용 데이터(RWD)와 AI 기반 평가모델을 개발해 신약의 실제 치료 효과를 약가에 반영하는 새로운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신약의 국내 조기 도입을 위해 건보공단과 제약사가 별도 계약을 맺는 ‘약가 유연계약제’의 적용 대상도 2026년부터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제약산업이 혁신 지향적으로 전환하도록 R&D 투자에 대한 보상체계를 정교화하고,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우대를 확대하기로 했다. ‘사용량-약가 연동제’ 적용 시 혁신형 제약기업의 인하율 감면을 30%에서 50%로 상향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한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지정 기준 상향, 원가보전 기준 현실화(청구액 기준 1억→5억 원), 정책 가산 신설 등을 추진한다. 국산 원료 사용 약제에 대한 가산 확대, 약가 인상 후 일정 기간 제도 적용 제외 등도 2026년 하반기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에는 제네릭 및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낮추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미 등재된 약제도 순차적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약제비 관리의 효율화와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기업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조치”라며 반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약가 인하는 제약강국 도약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할 것”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비대위는 국내 제약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이 4%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약가가 원가 수준으로 낮아지면 저가 필수의약품 생산이 가장 먼저 축소되고, 이는 필수의약품 공급 차질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약가 인하가 R&D 투자와 고용 축소로 직결될 수 있다며, 정부가 산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영향 분석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R&D 투자 비율이 높은 기업과 수급 안정에 기여한 기업에 대한 우대를 실효성 있게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약가제도를 주요국 수준으로 선진화해 국민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약품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정책들은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되며, 관련 제도는 2026년 1분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반면 제약업계는 약가 산정 기준 개편안이 향후 정부-산업계 협의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