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의료 현장은 높은 업무 스트레스와 직원 간의 갈등, 그리고 환자들이 느끼는 기계적인 치료에 대한 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지배적이고 권위적인 문화에서 비롯된 소통의 단절이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가운데 25년간 의료 현장에서 간호사이자 관리자로 일한 멜라니 시어스가 오랜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쓴 신간 <우리 병원 대화는 건강한가>(한국NVC출판사)가 출간돼 주목받고 있다.
이 책은 의료 현장의 비효율을 낳는 기존 의사소통 방식을 비폭력대화(Nonviolent Communication, NVC)로 전환해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만족하는 파트너 체제를 구축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모든 것은 의사소통이며 부정적인 에너지가 돌봄의 연결로 바뀌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NVC를 의료 시스템에 도입해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소개한다.
핵심적으로 관찰, 느낌, 욕구, 부탁으로 이루어진 NVC의 4단계 모델과 자신의 책임, 공감의 중요성 등 4가지 핵심 원칙을 설명하며 이론적 기반을 다진다.
특히, 환자를 진단하고 꼬리표를 붙이는 기존의 언어에서 벗어나 연민과 공감에 기반한 대화로 전환할 것을 강조한다. 책은 정신과 병동 등에서의 실증적인 사례를 통해 NVC 도입 후 환자 구속 및 격리가 줄고 직원-환자 간 공감이 증진된 놀라운 결과를 보여주며 변화의 가능성을 입증한다.
궁극적으로는 의료 환경을 지배 체제에서 파트너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10가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 효율적이고 인간적인 의료 시스템 구축을 위한 로드맵을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히 환자를 치유하는 기술을 넘어 힘의 상하 관계와 감정 경시 풍조 속에서 “돌보고 치유하려는 가슴속 연민이 오염되고 줄어드는” 의료인 스스로의 감정적 소진을 막고 일하는 기쁨을 되찾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의 저자인 크리스티안 노스럽 의학박사는 “이 책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방법”이라며 강력하게 추천했다.
이 책은 병원 행정가, 간호사, 의사, 정신보건 전문요원 등 의료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모든 전문가에게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멜라니 시어스 지음, 이광자 옮김. 300쪽. 1만7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