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함에 따라 심부전 환자가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며 노년층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대한심부전학회가 발표한 ‘심부전 팩트시트 2025’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유병률은 2002년 0.77%에서 2023년 3.41%로 약 4.4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80세 이상에서는 유병률이 26.5%에 달해 심부전이 고령층의 심각한 건강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심부전은 심장이 온몸에 혈액을 충분히 보내지 못하는 상태, 즉 심장 펌프 기능이 약해진 질환을 의미한다.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판막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누적돼 심장의 수축력을 감소시키고 구조를 손상시켜 전신 순환에 문제를 일으킨다.
겨울철, 혈관 수축으로 심장 부담 가중
심부전은 기온이 낮아지는 겨울철에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높아 노년층 환자들의 각별한 관리가 요구된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심장혈관내과 황희정 교수<사진>는 “찬 공기에 노출되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상승하고, 체온 유지를 위해 심장이 더 강하게 박동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심장의 에너지 소비와 부담이 급격히 증가해 심장 기능이 약한 환자에게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활동량 감소, 탈수, 감염(감기·폐렴), 염분 섭취 불균형 등 복합적인 요인들 역시 겨울철 심부전 악화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놓치기 쉬운 심장 이상 신호들
심부전 초기 증상은 다양하며, 노년층에서는 단순한 노화나 피로로 오인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황희정 교수는 이러한 증상들이 심장 기능 저하를 알리는 경고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호흡 곤란이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증상이 심해지면 누웠을 때 호흡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심장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체내에 수분이 축적되면서 다리나 발이 붓거나 체중이 갑자기 늘어나는 부종이 나타난다. 이 외에도 심한 피로감, 식욕 감소, 복부 팽만, 밤중 잦은 배뇨, 기억력 저하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심부전은 흉부 X선과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빠르고 쉽게 진단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가벼운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꾸준한 약물치료와 생활 습관 개선이 핵심
심부전은 완치가 아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다. 심장 기능이 호전되었다고 판단하여 약 복용을 중단하면 재발하거나 악화될 위험이 높으므로, 꾸준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치료는 손상된 심장의 부담을 줄이고 펌프 기능을 보조하는 데 중점을 둔다. 증상 조절을 위한 이뇨제와 함께 생존율 향상 약물(ARNI 복합제, 베타차단제, SGLT2억제제 등)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약물에 반응하지 않을 경우 심장재동기화치료(CRT)나 삽입형 제세동기(ICD) 등 기기 치료, 또는 심장이식 같은 수술적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특히 노년층 환자는 겨울철 생활 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외출 시 방한을 철저히 하고 실내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등 체온 관리가 중요하며, 짠 음식과 국물 섭취를 줄이는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독감 및 폐렴 백신 접종으로 감염을 예방하고, 금연 및 전반적인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