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된다. 이 법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복합적인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이다. 노인과 장애인을 주요 돌봄대상으로 명시하고, 의료·요양·복지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지역사회 안에서 존엄한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이미 전체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이들 대부분은 고혈압, 당뇨, 치매, 관절염 등 두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복합질환자다. 단순한 의료서비스만으로는 이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 의료와 복지, 생활지원이 함께 어우러지는 전인적 돌봄 체계가 절실하다.
2023년 기준으로 45세 이상 성인의 복합질환 유병률은 35.6%에 달하며, 65세 이상에서는 54.9~66.7%, 85세 이상에서는 80% 이상이 복합질환자로 보고된다. 이러한 현실은 개인의 건강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진다. 의료비와 진료비 지출이 급증하고, 질병 관련 사망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 고혈압 등 주요 만성질환이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처럼 복합적인 건강 문제와 돌봄의 공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간호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간호사는 환자 곁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상태 변화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다. 단순한 투약이나 처치뿐 아니라 영양·운동 지도, 복약 상담, 정신적 지지, 가족 교육, 지역자원 연계 등 다층적인 영역에서 통합적 돌봄을 실현할 수 있다.
특히 방문간호나 케어 코디네이터 제도가 강화된다면, 간호사는 의료와 복지를 잇는 핵심 연결자(hub)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복지기관을 연결하는 실질적인 통합의 주체가 될 것이다.
일본은 이미 2012년부터 ‘지역포괄케어시스템(Community-based Integrated Care System)’을 시행해 의료, 간호, 복지, 주거, 예방서비스를 하나의 체계로 통합하고 있다. 이 제도는 노인에 국한하지 않고 전 세대를 포괄하는 보편적 지역 돌봄 시스템을 지향한다. 간호사는 다직종 협력의 중심에서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조정자(coordinator)로서 제도적 역할과 자율성을 인정받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간호사의 역할이 제도적으로 충분히 구체화되지 않았다. 돌봄통합지원법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고, 지역사회 기반의 간호 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또한 복합질환 노인과 장애인의 다양한 요구를 이해할 수 있는 통합돌봄 전문 교육체계 마련이 시급하다.
돌봄통합지원법의 성공은 제도의 설계가 아니라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현장 간호사가 중심이 되어 의료와 복지를 아우르는 통합적 시선으로 돌봄을 수행할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통합지원이 실현될 것이다.
돌봄의 질은 결국 간호의 품질에서 비롯된다. 간호사가 돌봄의 허브로 서는 사회, 그것이 돌봄통합지원법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이며, 우리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이진숙 전북특별자치도간호사회 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