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부터 화순전남대병원 혈액내과 이제중 교수, 정성훈 교수, 이민근 박사>
화순전남대학교병원 혈액내과 이제중·정성훈 교수와 이민근 박사 연구팀이 혈액암에서는 혁신적인 치료제로 인정받는 CAR-T(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 치료가 고형암에서는 왜 뚜렷한 효과를 내지 못하는지에 대한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극복할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여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혈액종양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저널 오브 헤마톨로지 & 온콜로지(Journal of Hematology & Oncology)>(영향력지수·IF 40.40)에 게재되며 기존 치료 전략의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팀은 문헌과 전임상 데이터를 분석해 고형암 CAR-T 치료의 임상 성과를 가로막는 4가지 핵심 장벽으로 △표적 항원 제한 △종양 이질성 △정상세포 독성 △면역억제성 종양미세환경(TME) 등을 제시했다.
특히, 종양미세환경에 존재하는 TGF-β, IL-10과 같은 억제성 사이토카인 및 Treg, MDSC 같은 면역억제 세포들이 CAR-T 활성화를 방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또한 고형암의 항원 발현 다양성으로 인해 단일 표적 CAR-T로는 항원 소실로 인한 치료 실패를 막기 어렵다는 점도 구조적 문제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고형암 세포가 흔히 발현하는 두 가지 표적 단백질(PD-L1, EphA2)을 동시에 공격하는 차세대 기술인 ‘이중표적 CAR 플랫폼’을 제시했다.
이 플랫폼은 PD-L1이 면역억제 환경에서 주로 증가하고 EphA2는 다양한 고형암에서 흔히 발견되는 표적이라는 점을 활용했다. 두 표적을 동시에 공략함으로써 항원 소실로 인한 치료 실패를 줄이고, 억압적인 종양미세환경 속에서도 CAR-T의 지속적인 항암 효과를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이 이중표적 플랫폼은 최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ESMO) 2025’에서 전임상 성과가 발표됐다. 간암·난소암·위암 동물모델에서 체중 감소 없이 100% 생존율을 보였으며 저용량에서도 부작용 없이 강력한 종양 억제 효과를 입증했다. 시험관 실험에서도 PD-L1 또는 EphA2 발현 암세포에 대해 100% 수준의 세포사멸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고형암 CAR-T 치료가 정체돼 있던 이유를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PD-L1·EphA2 이중표적 CAR-T는 기존 플랫폼의 한계를 뛰어넘을 잠재력이 있으며, 향후 임상으로 확장된다면 고형암 면역치료의 흐름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