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안과 원재연 교수(공동교신저자)와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조동우 특임교수(공동교신저자), 한국외대 김정주 교수(제1저자) 공동연구팀이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망막-온-어-칩(retina-on-a-chip)을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망막정맥폐쇄 질환을 ‘체외’에서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동물실험이나 2D 세포 배양의 한계를 극복하고 만성 실명 질환의 병리 과정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연구 결과는 소재 및 나노공학 분야 최상위 국제 학술지인 <Advanced Composites and Hybrid Materials(IF 21.8)>에 게재됐다.
망막정맥폐쇄는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으로 인해 망막 혈관이 막혀 시력이 손상되는 주요 실명 질환이다. 기존 치료법은 증상 완화에 그치고 재발률이 높아 근본적인 해결책이 부족했다. 또한, 기존 연구 방식은 복잡한 망막의 3차원 구조와 혈관 협착 현상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실제 망막 조직에서 세포를 제거하고 남은 세포외기질(ECM)로 하이브리드 바이오잉크‘를 제작해 망막 고유의 생화학적 환경을 구현했다. 여기에 다중 노즐과 삼중 동축 프린팅 기술을 결합해 망막의 혈관, 세포층, 혈액망막장벽을 칩 위에 동시에 구현하고, 일부 혈관을 인위적으로 좁혀 질환의 병리적 진행 과정을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재현된 망막-온-어-칩 위에서는 혈관 협착에서 허혈, 염증, 혈관 누출, 망막 기능 저하에 이르는 질환의 전 과정이 실제 환자와 유사하게 관찰됐다. 염증성 사이토카인 분비, 내피세포 손상, 장벽 붕괴 등의 현상도 확인됐다.
이와 함께 연구팀은 칩에 기존 항염증제(덱사메타손)와 항혈관신생제(베바시주맙)를 투여했을 때 실제 환자와 유사한 치료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개발된 망막-온-어-칩이 신약 평가와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우는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원재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어려웠던 환자 병리 과정 추적과 약물 효과 예측의 한계를 넘어설 새로운 연구 도구를 제시했다”며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조동우 특임교수는 “실제 환자와 유사한 병변을 재현함으로써 신약 개발의 전임상 단계를 훨씬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주 교수는 “망막 특이적 ECM을 활용해 복잡한 병리 환경을 재현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향후 당뇨망막병증이나 황반변성 등 다른 실명성 질환 모델로 확장하여 정밀의료의 기초를 마련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알키미스트 프로젝트, 범부처 재생의료기술개발 사업 등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