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인 전남대학교병원이 통상임금 인상과 장기화된 의정갈등으로 인한 수익 감소가 겹치면서 사상 최악의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올해 당기순손실이 2023년 대비 4배 이상 급증한 884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부채비율은 40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병원 운영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된 의정갈등 이후 누적 적자는 15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현금 유동성 악화로 460억 원을 추가로 차입하면서 부채비율이 2023년 말 대비 두 배가량 증가한 400% 이상이 될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통상임금 판결로 인해 직원들의 통상임금이 약 30% 인상됐다. 이에 따라 당장 오는 12월에 인건비로 약 100억 원을 추가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별개로 약 500억 원 규모의 추가 통상임금 소송도 진행 중이어서 판결 확정 시 병원의 재정 압박은 극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달 서울지역 대형병원 전공의 임금 소송에서 대법원이 전공의의 손을 들어준 판결까지 나오면서 향후 전남대병원 역시 추가적인 재정 악화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빛고을전남대병원의 누적 적자 1200억 원, 연간 170억 원 이상의 적자도 병원 전체의 큰 짐이다.
이에 병원 측은 의정갈등 직후부터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재무 건전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국·시비 지원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지난 22일 전북대에서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전남대병원의 재정난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병원의 재정난 심화에 우려를 표했으며,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과 김문수 의원은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과 함께 지역 거점 국립대병원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교육부 관계자에게 강력히 강조했다.
전남대병원은 “급여를 포함한 필수 운영비를 제외한 모든 경비를 대폭 줄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전공의들이 복귀했지만 병원 정상화에는 3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 전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만큼, 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병원 측은 국정감사에서 교육위원들의 권고를 수용해 논란이 됐던 ‘노동조합 불법현수막 4200만 원 채무금 청구’ 건을 철회하며 노사 상생의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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