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약품산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다른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비해 생산 규모는 작지만 동일 금액 투자 시 부가가치와 고용 창출 효과가 가장 높다는 정량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제네릭 의약품 활성화가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와 공공의료 시스템 강화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돼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산업정책 전문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의뢰로 실시한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성과 및 발전방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의약품 산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와 비교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2022년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3개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 디스플레이, 의약품)을 비교한 결과, 생산유발효과는 디스플레이-의약품-반도체 순이었으나, 부가가치 및 고용유발효과에서는 의약품 산업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산업 규모의 절대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5000억 원의 재원을 투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의약품 산업이 창출하는 경제적 효과는 압도적이었다.
부가가치유발효과는 3600억 원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대비 약 1.22배 높았고 용유발효과는 2055명으로 반도체 산업의 2.6배, 디스플레이 산업의 1.26배에 달하는 높은 고용 효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연구 보고서는 제네릭 의약품의 사회적·경제적 기여도 역시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입증했다.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성분명 오셀타미비르) 사례를 분석한 결과 특허 만료 후 제네릭 의약품이 진입하면서 타미플루 약가가 40% 인하되었고 제네릭 사용 확산으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총 1283억 원의 재정이 절감된 것으로 추계됐다. 이는 오리지널 단독 처방 대비 평균 재정 절감 효과 34.7%에 해당한다.
연구팀은 제네릭 의약품이 국내 감염병 대응력 강화, 건강보험 재정 효율화, 의약품 접근성 제고 등 공공 의료 시스템 전반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소화성궤양 치료제(케이캡, 펙수클루, 자큐보 등) 사례 분석에서도 처방 금액 1백만 원 증가 시 관련 병원 방문 일수와 보험 청구 건수가 각각 3.0일, 2.9건씩 감소하는 등 의료 이용 수요를 감소시키는 사회적 후생 효과를 입증했다.
보고서는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 건강 증진을 넘어 국제 공중보건 개선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짚었다. 국내 예방접종 대상 백신의 자급률은 2019년 52.8%에서 2023년 63.6%로 증가해 수입 의존도를 낮췄다.
또한 GC녹십자(지씨플루), 유바이오로직스(콜레라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스카이코비원) 등 국내 주요 제조사들이 WHO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 확보와 국제 조달시장 진출을 통해 개발도상국 및 저소득 국가에 백신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국제 보건에 기여하는 성과도 확인됐다.
다만, 22개 예방접종 백신 중 11개가 여전히 전략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산화 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이번 연구를 이끈 정지은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부가가치 창출과 고용 확대에 기여하는 제약바이오산업이 국민 건강 증진과 공공 재정 절감에도 기여하는 가치가 큰 만큼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백신, 희귀난치병 치료제 등 수익성은 낮지만 공공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 기술 성과 확보와 공동 개발을 지원하고 기업의 혁신과 생산을 유인할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 체계나 우대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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