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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5년이 지났으나 후속 입법 미비로 인해 임신중지 의약품의 합법적인 유통 경로가 막히면서 불법 거래가 심각한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적 지도 없는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여성의 건강권 침해가 우려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여성가족위원회 겸임)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임신중지의약품 온라인 불법 판매·광고 적발 건수’는 5년간 총 3242건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953건에서 2021년 414건, 2022년 643건, 2023년 491건, 2024년 741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꾸준히 발생하는 불법 적발 건수는 의료기관의 도움 없이 불법 구매를 통해 임신중지를 시도하는 여성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약물 오남용 및 심각한 부작용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임신중지 의약품의 허가 기관인 식약처가 ‘법률 미비’를 이유로 행정을 멈추고 있다는 점이다.
식약처는 “약물에 의한 임신 중지 허용 여부 및 허용 주수를 법률로 정해야 효능·효과, 용법·용량, 위해성관리계획(RMP) 등 핵심 심사 항목 설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사(현대약품)가 도입을 추진했던 임신중지 약물 복합제 ‘미프지미소’(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합제)의 허가 심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그러나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병용요법은 세계보건기구(WHO)가 2005년부터 필수의약품으로 등재했을 정도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약물이다. 또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90개국 이상에서 이미 시판 중이다. 대한민국이 여성의 건강권 보호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진숙 의원은 식약처의 늑장 행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전 의원은 “식약처는 여성의 몸을 둘러싼 사회적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법률상 기준을 이유로 행정을 멈추지 말고, 코로나19 백신·치료제처럼 잠정적 허가 기준과 심사 가이드라인을 즉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국정과제로 확정한 만큼 식약처가 더 이상 여성의 건강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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