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가 간호사의 정신건강 증진과 인권 보호를 위해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을 공식 출범시켰다. 단체의 한 행사로만 볼 일이 아니다. 이는 오랫동안 의료현장에서 방치돼온 간호사의 고통과 절규에 대한 사회적 경고이자, 그 회복을 위한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최근 간호협회가 발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응답 간호사 절반이 지난 1년간 인권침해를 경험했고, 70% 이상이 아무 대응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폭언·괴롭힘·갑질이 일상화된 근무 환경 속에서 간호사들은 분노와 우울, 자존감 저하에 시달리며, 17%는 자살 충동까지 겪었다고 답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이들이 정작 자신의 마음은 돌볼 틈조차 없는 현실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참아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보호자에게 폭행을 당해도 병원은 책임을 회피하고, 내부 신고를 하면 가해자가 누군지 쉽게 드러나는 구조 탓에 피해자는 더욱 고립된다. 의료기관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위계적이고 폐쇄적이다. 간호사 사이의 괴롭힘, 의사의 폭언, 환자 및 보호자의 무례가 복합적으로 뒤얽혀 있다. 그 안에서 간호사의 존엄은 무너지고, 직업적 소명감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간호협회가 추진하는 심리상담 지원사업과 조직문화 개선 사업은 이러한 절박한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협회의 노력만으로는 근본적 변화가 어렵다. 무엇보다 정부와 의료기관이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 인권침해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정비, 인력 충원 등 근무환경 개선, 신고자 보호체계 구축이 시급하다. 병원 내 인권침해 사건이 은폐되지 않고, 재발 방지까지 이어지려면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간호사의 마음이 병들면 결국 환자의 안전도 위태로워진다. 의료는 돌봄의 연속이며, 돌보는 사람의 존엄이 지켜질 때 비로소 국민의 생명과 건강도 온전히 보호될 수 있다.
간호사 심리상담 전문가단의 출범이 ‘소진된 간호사의 마음을 치유하고 존중의 문화를 되살리는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이제는 사회 전체가 간호사의 마음건강을 지켜야 한다. 그들의 존엄이 곧 우리의 생명 안전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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