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
의료사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불행한 일이지만, 사고 후 피해자와 가족은 거대한 병원 시스템 앞에서 외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 병원은 침묵하고, 증거는 감춰지며, 법은 멀고 어렵다. 그러나 이 절망의 언덕에서 “이건 사고가 아니라 사건”이라고 외치며 진실을 좇아온 형사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최초 의료사고 전문수사팀을 이끌어온 강윤석 수사관이다.
그의 기록을 담은 책 <의료사고, 진실을 찾아서>가 출간됐다. 이 책은 10년 넘게 수많은 의료사고를 집요하게 추적해온 강윤석 수사관의 생생한 현장 보고서다. 단순한 수사일지를 넘어, 의료사고 피해자들의 고통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수사 과정, 그리고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까지 담아낸 르포이자 실천의 기록이다.
책은 가수 신해철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의료수사의 출발부터, 축농증 수술 중 천공을 숨기려 했던 조직적 기록 조작, 수술실 CCTV 도입의 결정적 계기가 된 권대희 사건, 신생아 낙상 은폐 사건 등 굵직한 사례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수술은 끝났는데 왜 죽었는가’, ‘의무기록은 왜 조작되었는가’와 같은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의료사고가 단순히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의료시스템의 허점과 병원의 책임 구조, 그리고 사회적 감시 체계의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폭로한다.
저자는 CCTV 삭제, 의료진의 집단 입맞춤 등 참혹한 진실들을 세상에 드러내며 우리가 믿어야 할 의료와 그 신뢰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감시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각 장은 실제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하되, 법과 의료의 복잡한 언어를 시민의 언어로 풀어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의료사고, 진실을 찾아서>는 의료 관계자, 법조인, 그리고 일반 독자 모두에게 단단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책의 후반부에는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수사기관은 어떤 기준으로 과실을 판단하는지 등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들이 담겨 있다. 법원의 판례, 의료법 해석, 민원 대응 요령 등은 막막함에 놓인 피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진실은 드러나야 하고, 피해자는 외롭지 않아야 한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이는 단순한 수사 기록이 아니라 대한민국 의료 사회의 성찰을 요구하는 묵직한 외침이다. 오늘도 진실을 외치는 피해자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말해주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되어줄 것이다. 강윤석 지음, 264쪽, 1만6000원, 메디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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