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신부전 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기억력 저하와 치매 위험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중요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제대학교 해운대백병원 신장내과 허창민 교수 연구팀은 복막투석을 받는 말기신부전 환자들의 뇌 기능적 연결성(functional connectivity), 즉 뇌 부위 간 신호를 주고받는 능력이 건강한 사람보다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했다. 이 연구는 기존에 드물었던 복막투석 환자의 뇌 변화를 직접 분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연구팀은 복막투석 환자 20명과 건강한 대조군 20명을 비교했으며 근적외선 뇌영상(fNIRS) 장치를 사용해 뇌 활동을 측정했다. fNIRS는 외래 진료실에서 간단하게 뇌 혈류와 산소 변화를 측정할 수 있어 안전하고 간편하다.
분석 결과 복막투석 환자군은 건강한 대조군에 비해 뇌 연결 정도, 연결 강도, 네트워크 효율성이 모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마치 ‘뇌 속 와이파이 네트워크’의 신호망이 약해져 인터넷 속도가 느려지듯 뇌의 정보 전달 능력이 저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뇌 연결성 손상은 환자들이 겪는 기억력 및 집중력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다.
연구팀은 환자들의 투석 적절성(Kt/V), 혈액 내 인 수치, 혈색소 수치 등 주요 임상 지표와 뇌 연결성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추가로 확인했다. 이는 투석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투석 상태와 혈액 성분 변화가 뇌 신호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허창민 교수는 “투석 환자의 치료 목표는 생명 연장을 넘어 삶의 질과 인지 기능 유지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치매 예방과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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