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돌봄통합지원법’ 시행을 앞두고, 우리 사회는 새로운 돌봄 패러다임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는 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개개인의 삶과 건강을 통합적으로 돌보는 체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간호사의 역할이 있다. 단순히 질병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존엄성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간호사의 전문성이야말로 초고령사회를 지탱할 핵심 동력이다.
그동안 간호사는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 역할을 확장해 지역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대한간호협회가 보건복지부와 함께 ‘통합방문간호센터’를 시범 운영하고, 각 지부 간호사회에 조례 제정과 거버넌스 참여를 요청하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당연한 행보다. 간호사가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의 일원으로서 주민의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살피고, 필요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케어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해야만 진정한 의미의 통합돌봄이 가능하다.
단순히 방문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간호사의 전문성을 녹여내야 한다. 예를 들어 ‘다제약물 관리’와 ‘만성질환 케어’는 간호사의 고유한 전문성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다.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물을 복용하는 어르신들의 경우, 간호사의 전문적인 관리가 없다면 약물 오남용으로 인한 건강 악화의 위험이 높다. 또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인데 간호사는 이러한 역할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역통합방문간호센터 설치·운영’, ‘건강주치의 사업과의 연계’, ‘전문인력 양성 및 재교육’이라는 간호협회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특정 직역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을 넘어 미래 사회를 위한 필수적인 투자다. 간호사를 중심으로 한 통합돌봄 모델은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나이 들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가장 확실하고 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초고령사회는 우리 모두가 겪어야 할 미래다. 그 미래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이들의 전문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간호사가 단순한 의료 보조 인력이 아닌, 지역사회 돌봄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지속 가능한 돌봄 사회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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