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수 없게 되는 병이 있다. 바로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IPF)’이다. 폐 조직이 점차 딱딱하게 굳어지고 탄력을 잃으면서 결국 호흡 곤란을 유발하는 이 질환은 대표적인 간질성 폐질환 중 하나다.
원인 불명 ‘희귀질환’, 고령층 환자 증가 추세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포(허파꽈리)와 폐포 사이의 간질에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되어 폐가 굳는 병을 통칭하는 간질성 폐질환의 한 종류다. 직업적 분진 흡입, 약물 부작용,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지만 이 중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를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부른다.
국내에서는 2000명당 1명꼴로 보고되는 희귀질환이지만 고령 인구가 늘면서 환자 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60대 이후에 많이 발병하며 흡연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더 자주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김경훈 교수<사진>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지만 실제로는 더 이상 드물다고 보기 어려울 만큼 환자가 늘고 있다”며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생존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마른기침, 호흡곤란…증상 놓치면 안 되는 이유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대부분은 마른기침과 호흡곤란을 가장 먼저 호소한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천식, 기관지염,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다른 호흡기 질환과 비슷해 초기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병이 진행되면 가볍게 걷기만 해도 숨이 차고, 손끝이 둥글게 변하는 ‘곤봉지(clubbing finger)’가 나타나기도 한다.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단순 흉부 X선보다 정밀한 고해상도 흉부 CT가 중요하다. 필요시 폐 기능 검사나 조직 검사를 병행해 질환의 진행 정도를 확인한다. 폐 하부에서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특유의 수포음이 들리는 것도 중요한 진단 단서가 된다.
항섬유화제 치료와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
아직까지 폐의 섬유화를 되돌릴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피르페니돈, 닌테다닙 등 항섬유화제 약물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급성 악화를 줄여 생존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김경훈 교수는 “과거에는 환자들의 평균 생존 기간이 3~5년에 불과했지만 최근 치료제 발전과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로 생존 기간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물 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관리도 필수다.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미세먼지나 화학물질 등 호흡기에 부담을 주는 환경을 피해야 한다. 폐렴구균, 독감 예방 접종을 통해 호흡기 감염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 이 외에도 규칙적인 가벼운 운동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충분한 휴식을 병행하면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예방이 쉽지 않은 질환이지만 증상을 무심히 넘기지 않고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곧 최선의 예방법”이라며 “의심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를 찾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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