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토요일 아침 7시, 서울역 인근 무료급식소 ‘아침애(愛)만나’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시간, 대한간호협회 중앙간호돌봄봉사단원들도 식판을 나르는 손길이 분주해 졌다.
새벽 거리를 지새운 사람들을 봉사단원들은 하나 둘씩 맞으며 “어서 오세요”, “맛있게 드세요”라고 그들을 맞이했다. 그들의 손에서 건네진 것은 제육볶음과 쌈, 미역국이 담긴 따뜻한 식판 한 쟁반. 그러나 그날 제공된 것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누군가 자신을 존중해준다는 감각이 담긴 ‘존엄한 한 끼’였다.
한 단원은 식판을 내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밥을 드리는 게 아니라,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어요.”
아침 8시 반까지 이어진 배식은 쉼이 없었지만, 그 속에서 봉사자들의 얼굴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른 새벽, 그들이 전한 돌봄은 낯선 하루를 살아가는 누군가의 마음에 온기를 남겼다.
이은정 중앙간호돌봄봉사단장(신촌세브란스병원)은 “간호사의 봉사는 단순히 식사를 나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며 “다음 봉사에는 혈압, 혈당 체크 등 기본적인 건강 관련 활동도 함께 진행해 취약계층의 건강까지 돌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중앙간호돌봄봉사단의 발걸음은 영등포 하이서울유스호스텔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청년디딤돌’이라 불리는 중증근육장애 청년들의 자조모임에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모임의 주제는 “Let’s Wheelavel” — 휠체어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었다.
행사장은 웃음과 이야기로 가득했다. 누군가는 자신이 다녀온 여행지를 사진으로 소개했고, 또 다른 이들은 조별로 가상의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며 상상의 비행기를 탔다.
봉사단원들은 현수막을 붙이고 식사 자리를 마련했으며, 환우들의 곁에 나란히 앉아 활동을 도왔다. 저녁에는 생일을 맞은 청년들의 축하 파티와 ‘나의 여행 플레이리스트’ 공유가 이어지면서 행사장은 작은 축제의 장이 되었다.
김민아 부단장(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그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청년들이 여행을 통해 새로운 꿈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단순히 돕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걷는 동반자라는 걸 느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이어진 하루. 서울역 무료급식소의 따뜻한 밥 한 끼에서, 휠체어로 떠나는 상상의 여행까지.
중앙간호돌봄봉사단의 휴일은 단순한 봉사가 아닌, ‘존엄과 동행’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하루였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결국 ‘간호돌봄‘이란 누군가의 곁에서 그 삶을 존중하는 한다는 사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