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면허 간호사 수는 2024년 현재 52만7천여 명으로 최근 5년간 11만2천여 명이 증가했다. 그러나 이들 중 실제로 의료기관 및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61.29%인 32만3천여 명에 불과했다.
또 나머지 20만4천여 명은 유휴 간호사(비활동 간호사)로 남아있다. 이는 2019년 15만9천여 명이었던 비활동 간호사 수에 비해 4만5천여 명(28.30%) 늘어난 수치다.
특히, 2024년 6월 기준으로 전체 면허 간호사 52만7천여 명 중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는 26만9천여 명(51.04%)에 그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의 평균 활동률 68.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과도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이 유휴 간호사 양산의 주범
의료 현장의 간호사 인력 부족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동시에 많은 수의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유휴 간호사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근무 환경 때문으로 지적된다.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가 2~5배나 많아 업무량이 극심하며, 이는 의료 서비스의 질 저하와 환자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3교대 근무와 야간 근무로 인한 높은 피로도와 업무 강도에 비해 낮게 인식되는 임금 수준도 문제로 꼽힌다.
이와 함께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시 현장 복귀가 어려운 현실 또한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신규 간호사의 경우 1년 내 사직률이 57.4%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다.
정부와 간호계, 처우 개선 및 재교육을 통한 복귀 지원 노력
간호법 제정을 계기로 정부와 간호계는 유휴 간호사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휴 간호사들이 최신 간호 기술을 익히고 현장에 재적응할 수 있도록 간호인력지원센터를 통해 재교육 과정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야간 근무 수당 추가 지급하고 교육전담간호사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인권 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업무 범위와 역할을 명확히 하는 제도적 노력도 추진 중이다.
뿐만 아니라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내용을 간호법에 담아내기 위해 법 개정도 추진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지난 18일 개최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 상정됐다.
단순한 인력 증원 넘어,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 시급
이제 단순히 간호사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의료 현장에서 야기되고 있는 간호사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단순히 신규 간호사를 많이 배출하는 것보다, 숙련된 경력 간호사들이 현장으로 돌아와 장기 근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숙련된 유휴 간호사들이 현장으로 복귀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현장 복귀를 희망하는 유휴 간호사들에게 최신 의료 기술과 변화된 병원 시스템에 대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이론 교육에 그치지 않고, 실제 병원 환경에서 실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현장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육아, 가사 등 개인적인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간호사들이 많다. 이들이 부담 없이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시간제 근무, 파트타임 근무, 또는 탄력 근무제와 같은 유연한 근무 형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휴 간호사의 현장 복귀를 장려하기 위해 정착을 돕는 장기 근속 시 주어지는 인센티브 등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겪는 과도한 업무 부담과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다. 간호법 개정을 통한 적정 간호 인력 배치, 폭언 및 폭행 방지 시스템 구축, 충분한 휴게 시간 보장 등을 통해 간호사들이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해결책들은 간호사들의 이탈을 막고, 현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 때문이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가 현장에 남아 장기 근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숙련된 유휴 간호사들이 부담 없이 현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유휴 간호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간호사 인력난을 해소하고, 국민에게 질 좋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