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강원도 방산회관. 깊은 산골 마을의 적막을 깨고 간호돌봄봉사팀의 하루가 시작된다. 눈꺼풀조차 무거운 이 시간에 움직이는 이유는 단 하나 — 이 여정에 동참한 참가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날은 대장정의 아홉 번째 날, 목적지는 두타연. 비교적 평탄한 숲길이지만, 연이은 도보 행군으로 발바닥에 누적된 피로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참가자 23명이 새롭게 합류하며 더욱 북적이는 출발지. 그들의 표정에는 설렘과 긴장, 그리고 피곤이 뒤섞여 있었다. 간호돌봄봉사팀은 곧바로 부상 상태를 확인하고, 붕대와 파스, 진통제를 챙겨 재빠르게 동행 준비를 마쳤다.
“간호돌봄봉사팀 선생님들도 같이 걸어주시면 든든할 것 같아요.”
참가자 한 명이 웃으며 내뱉은 말이 봉사팀의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단순히 상처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동행자인 셈이다.
숲속을 헤치며 이어지는 간호돌봄
이날은 간간이 빗방울이 내려 숲길을 촉촉이 적셨다. 수풀의 향이 짙게 풍겨오고, 시원한 공기가 잠시나마 지친 몸을 식혀준다. 그러나 간호돌봄봉사팀의 발걸음은 결코 느슨해지지 않는다.
걷는 도중에도 간호돌봄은 이어졌다. 멈춰서 쉬는 시간마다 발의 물집을 확인하고, 자잘한 찰과상에는 케어를 새로 해주며, 근육통을 호소하는 참가자에게는 스트레칭을 지도했다. 약을 건네고 파스를 붙이는 작은 손길 하나가,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이렇게 매일 돌봐주시는 분들이 없었으면 진작 포기했을 거예요.”
중년 여성 참가자가 건넨 고마움의 인사는 봉사팀에게 하루의 피로를 덜어주는 말 한마디였다.
식당에서도, 숙소에서도 멈추지 않는 간호돌봄의 손길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식당에서도 간호돌봄봉사팀을 찾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간호돌봄봉사팀 선생님 계세요?”라는 외침이 들리면 곧바로 일어나 응급 처치를 하거나, 더 심층적인 케어가 필요하면 숙소로 안내했다.
간신히 식사를 마친 뒤에는 곧장 숙소로 이동해 다시 준비에 들어갔다. 발의 물집, 땀띠, 근육통, 벌 쏘인 부위 등 작은 상처들이지만, 여러 날 누적되면 고통은 커진다. 이날만 해도 14건의 근육통, 10건의 물집, 5건의 찰과상, 2건의 벌 쏘임에 대한 집중적인 간호돌봄을 이어갔다.
“어제는 항진균제를 발랐으니까, 오늘은 스테로이드 연고로 교체할게요.”
참가자의 발 상태를 꼼꼼히 기억하고, 하루하루 상태에 맞춘 케어를 이어가는 모습은 단순한 응급처치를 넘어선, 연속적인 간호돌봄이었다.
함께 걷는 존재, 함께 버티는 힘
이곳에서 간호돌봄봉사팀은 단순히 ‘의료인’이 아니다. 길 위에서 함께 땀을 흘리고, 고통을 나누며, 참가자들의 마음까지 돌보는 동행자다. 발바닥에 생긴 작은 물집조차 그들의 손길을 거치면 다시 걸을 수 있는 용기로 바뀐다.
하루하루 쌓이는 발의 통증만큼이나 서로에 대한 신뢰도 깊어진다. 이날 참가자들은 숙소에 도착해 “내일도 함께 걸어주실 거죠?”라고 묻는다. 간호돌봄봉사팀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네, 끝까지 함께할게요.”
숲길의 풀 냄새, 빗소리, 그리고 묵직한 배낭의 무게. 그 한가운데에서 간호돌봄봉사팀은 오늘도 누군가의 아픈 발 위에, 연대와 치유를 함께 얹어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