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1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25 보건통계(Health Statistics)’를 인용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수준이 기대수명, 회피가능사망률 등 여러 건강 지표에서 OECD 평균보다 우수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의 질을 뒷받침하는 간호사의 현실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체 임상 간호관련 인력(간호사·간호조무사)은 인구 1000명당 9.5명으로 OECD 평균(9.7명)보다 낮았다. 특히, 간호사만 놓고 보면 인구 1000명당 5.2명으로, OECD 평균(8.4명)은 물론 독일(12.3명), 일본(10.2명)보다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반면, 인구 1000명당 병상 수는 12.6개로 OECD 평균(4.2개)의 약 3배에 이른다. 병상은 많지만 이를 책임질 간호 인력은 부족한 구조다. 자연히 간호사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환자 수는 늘어나고, 업무 강도도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의료 이용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8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의료 접근성은 높지만 이를 실질적으로 감당하는 의료 인력, 특히 간호사들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현장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와 낮은 처우 속에서 일하고 있다. 3교대 근무에 따른 건강 악화,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인력 부족에 따른 번아웃 등이 누적되면서 신규 간호사 절반 이상이 입사 1년 내 사직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2023년 기준 간호대학 졸업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46.0명으로 OECD 평균(35.0명)보다 많지만, 실제 임상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배출보다 유지에 실패하고 있는 셈이다.
간호계에서는 간호사 확충과 처우 개선이 단순한 직업 복지 차원을 넘어 국민 건강권 보호의 핵심 인프라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은 “병원이 24시간 돌아가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손과 발, 눈과 귀가 쉬지 않고 움직여야 한다”며 “의사의 처방이 현실에서 실행되기까지는 간호사의 전문성과 희생이 전제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복지부가 국민 건강 수준 향상을 의료 체계의 성과로 강조하고자 한다면 그 성과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간호사의 처우부터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