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싱키] 전 세계 간호사들이 모이는 국제간호협의회(ICN) 2025 총회가 10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화려하게 개막했다. 7000여 명의 간호사, 연구자, 교육자, 정책가들이 참석한 이번 총회에는 한국 간호사 120여 명이 참가했다.
총회는 전통의상을 입은 간호사들이 행사장인 메스케스쿠스 헬싱키(Messukeskus Helsinki) 내를 행진하는 퍼레이드로 시작돼 도시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물들였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불리는 헬싱키에서 열린 이번 총회는 간호의 사회적 가치와 세계적 위상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한국 간호사들은 총회 개회식에 아름다운 한복을 차려입고 참석해 주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전 세계 간호사 희생 추모
개회식에서 퇴임을 앞둔 파멜라 치프리아노 ICN 회장은 팬데믹, 기후 위기, 전쟁과 재난으로 인해 희생된 간호사들을 기리며 “지금은 간호사가 세계를 변화시킬 힘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라고 역설했다. 이어 “우리는 보이지 않던 존재에서 이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간호사의 전문성과 지식은 사회 변화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CN는 이번 총회 주제를 통해 간호사의 영향력(Influence)을 강조하고 있으며, 변화의 주체로서 간호사의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보건의료 변화 이끄는 ‘간호 리더십’ 조명
총회 첫 본회의는 ‘보건의료 시스템의 지속 가능한 변화를 이끄는 간호 리더십의 힘’을 주제로 진행됐다. 좌장을 맡은 치프리아노 회장은 “진실을 권력에 말할 때 리더십은 시작된다”고 서두를 열며 간호사들이 침묵하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임을 강조했다.
이날 세션에는 뉴질랜드 전 총리이자 팬데믹 대응 독립패널 공동의장인 헬렌 클라크가 연사로 참여했다. 그는 “간호는 돌봄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직업으로, 전 세계 간호사의 리더십은 더 건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위한 필수 요소”라며 ICN의 ‘평화를 위한 간호사(Nurses for Peace)’ 캠페인을 적극 지지했다.
미국간호교육연맹(NLN)의 베벌리 말론 회장은 간호사의 리더십 성장을 위해 멘토십과 지지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리더는 때로 표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믿음과 지지가 있다면 간호사는 그 길을 끝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호 리더십 포용성으로 확장돼야
호주 서던퀸즐랜드대학교의 오데트 베스트 교수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간호사 리더는 원주민을 비롯한 소수자의 삶과 문화를 이해하고 이를 존중하는 리더십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식민주의와 인종차별의 구조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이에 맞서는 간호사의 연대가 필요하다. 다수 간호사들의 참여 없이는 변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ICN ‘글로벌 리더십 센터’ 출범
이번 총회에서 ICN은 야심찬 리더십 프로젝트인 ‘ICN 리더십 센터(Leadership Centre)’를 공식 출범시켰다. 센터는 앞으로 ▲국가 간호협회 조직개발 프로그램(ODENNA) ▲변화주도 리더십 과정(LFC) ▲글로벌 간호 리더십 연구소(GNLI) ▲신규 프로그램인 ‘간호 전문가 인재은행(BNE)’을 하나로 통합해 간호 리더십 양성의 세계 표준을 만들어가겠다는 목표다.
총회 앞서 각국대표자회의(CNR) 열려
한편, 총회에 앞서 국제간호협의회 각국대표자회의(CNR)가 6월 7∼9일(현지시간) 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간호협회 박인숙 제1부회장, 이태화 제2부회장, 차지영 국제위원장이 한국 대표단으로 CNR에 참석했다. CNR은 2년마다 열리며, 총회와 컨퍼런스는 2년마다 교대로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