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호협회는 6월 2일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진료지원 업무 수행 간호사 교육 및 자격 관리 투명화와 법제화 2차 촉구대회’를 개최하며, 복지부가 마련 중인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시행규칙안’의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집회는 6월 21일 간호법 시행을 앞두고 열리는 두 번째 촉구대회로, 전국 56만 간호사들의 단합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자리였다. 간호협회는 복지부의 시행규칙안이 간호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고 있으며, 자격 기준도 없이 병원 자체 발급 이수증만으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게 하겠다는 복지부의 계획은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집회는 퍼포먼스, 지지 발언, 피켓 시위 등으로 구성되어 약 2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간호사들은 “진료지원 자격, 이수증 아닌 자격증으로!”, “전담간호사 교육, 대한간호협회가 책임져야!”, “전문성과 국민안전 보장하는 체계적 법제화 시급!”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간호사의 진료지원 자격 체계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신경림 회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추진 중인 ‘진료지원 간호사 신고제 교육’ 정책은 환자 안전과 직결된 의료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정책으로, 간호계는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누구나 교육기관이 될 수 있는 ‘신고제 방식’을 도입해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를 양성하겠다고 하지만, 이는 교육의 표준화 없이 무자격자 양산과 무면허 의료 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위험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차원의 통제·관리 체계(컨트롤타워) 구축 ▲표준화된 교육과정 운영 ▲공신력 있는 자격증 제도 마련 등 세가지를 요구하고 “이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 제도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정부는 단기적 편의가 아닌 장기적 안전을 최우선에 둔 제도 설계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간호계의 입장”이라고 요구했다.
간호사들은 ‘교육 이수증 찢기 퍼포먼스’를 통해, 병원장이 발급하는 이수증을 상징적으로 거부하며, “국민의 생명은 시험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20미터에 달하는 대형 현수막에는 “진료지원 자격! 자격증으로!”, “간호사 교육·자격 관리! 간호협회가 책임진다!”는 문구가 적혀 있어 현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현장 간호사들의 발언 역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현장 발언자로 나선 정찬식 간호사는 “환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려면 체계적인 교육과 임상경험, 공신력 있는 기관의 인증이 필수”라고 강조했으며, 김진경 간호사는 “지금처럼 인력 기준도 없이 병원 내에서 단순 교육 이수로 자격을 부여하겠다는 시도는 간호의 전문성과 환자 안전 모두를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규로 올해 병원 생활을 시작한 박준용 간호사는 “저희 세대는 더 이상 간호사가 헌신만을 요구받는 시대가 아니라고 믿는다”며 “전문성을 인정받고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교육, 평가, 자격관리 체계를 법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전국 간호대학생 대표의 발언도 이어졌다. 전국 12만 간호대학생을 대표해지지 발언에 나선 차세대 간호리더연합회 김효민 전국 회장은 정부의 시행규칙안에 대해 깊은 충격과 분노를 표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김효민 회장은 진료지원업무의 명확한 인력 기준과 책임 주체 부재, 그리고 신고만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병원장 이수증을 부여하려는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는 “간호를 희화화하고 국민 건강을 도박판에 올리는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싸움”이라며 간호협회와 함께 끝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간호사 역시 “간호사의 권익은 곧 국민 건강권과 직결된다”며 “복지부는 행정편의가 아닌, 국민 생명과 안전을 기준으로 간호정책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협회는 “간호사는 임상 현장의 최전선에서 국민 생명을 지켜온 의료 전문가”라며, “간호법 취지에 맞는 진료지원 업무 자격 체계를 반드시 법제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도 기자회견, 1인 시위, 대규모 집회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진료지원 간호사 제도의 정상화를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