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간호과학회가 개최한 제15회 국제간호컨퍼런스(INC) 및 제28회 동아시아 간호학자 포럼(EAFONS)이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으며, 김증임 한국간호과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에서는 디지털 헬스와 인간중심간호의 융합과 혁신을 심층적으로 다뤘다. 박영아 경희대 간호학 박사, 박소희 순천향대 간호학과 박사과정생, 윤선희 경희대 간호학과 석사과정생이 정리한 참관기를 싣는다. [편집자주]
디지털 기술과 인간중심간호의 융합
세계 간호학자들 학문적 교류 마당
우리는 Chat-GPT(대화형 인공지능 로봇)를 통해 정보를 검색하고 자료를 분석하며, 심지어 고민을 털어놓는 광경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AI(인공지능)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빠르게 변해가고 또 앞으로도 급변할 디지털 사회 속에서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간호의 양상도 다양해질 것이며, 간호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간호학에서 디지털 헬스와 인간중심간호의 융합과 혁신을 모색하고, 다양한 시각을 접할 수 있는 소중한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간호과학회(회장 김증임)가 제15회 국제간호컨퍼런스(INC) 및 제28회 동아시아 간호학자 포럼(EAFONS)을 2월 13∼1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세계 21개국 2200여명의 간호 전문가들이 참가한 가운에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Transformative Care Initiatives on Consilience of Technology and Humanity(기술과 인간성의 통섭을 통한 혁신적 돌봄 이니셔티브)’ 주제로 진행됐다.
이틀 동안 진행된 다양한 강연과 심포지엄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인간이 지닌 따뜻한 마음으로 대상자를 간호하는 다시 말해, 간호의 본질을 강조하는 ‘인간중심간호’와 AI와 로봇 등 ‘디지털 과학 및 의료기술’,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접목할지에 대한 논의였다.
학문적으로도 개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고, 세계 간호학자들과의 학문적 교류를 통해 간호학의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기술과 휴먼터치, 간호의 지평 넓히다
간호사가 주도하는 모델 만들어야
국제학술대회의 막을 연 기조연설은 ‘The Future of Healthcare: Integrating Technology and Human Touch(헬스케어의 미래:기술과 휴먼터치의 융합)’ 주제로 샤론 도체티(Sharron L. Docherty) 듀크대 교수가 진행했다. [사진]
샤론 도체티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헬스케어 문제들을 제시하면서 그중 하나로 ‘인간중심간호’의 결여를 꼽았으며, 신뢰도 높은 정보 공유의 부족과 낮은 정보 접근성을 방해요인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원격의료(Telehealth),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s,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전자기기) 등이 의료 제공자와 대상자의 연결을 강화하고, 상호접근성 및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간호사는 ‘간호사가 주도하는 모델’(Nurse-lead model)을 만듦으로써 임상 전문지식을 대상자의 광범위한 사회적, 환경적, 맥락적 영향과 통합하며 전인적인 간호를 제공할 기회를 얻는다.
샤론 도체티 교수는 “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대상자를 향한 공감과 연민의 인간적인 감정(TOUCH)과 기술(TECH)의 효용과 효과를 활용해 간호의 지평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간호사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대상자의 정서적 지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AI, 인간중심간호 위한 도구로 활용
디지털 격차 줄이고 건강 형평성 보장해야
참가자 전체가 함께 경청한 특별강연은 모두 4편이 진행됐다.
○... ‘간호실무와 교육에서의 AI 활용’ 주제로 강연한 김홍기 서울대 교수는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학습자 수준에 맞는 시나리오와 관련 프로토콜 및 지식과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간호교육에서 ‘발전하는 학습 플랫폼(Evolvable learning platform)’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소개했다.
김홍기 교수는 “간호사들이 AI 기반 헬스케어를 이끌어 나가는 선두주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간호에서의 인간화 기술(Humanizing Technology)’ 주제로 강연한 최문정 KAIST 교수는 케어로봇의 필요성과 인식 변화에 대해 논하며, 케어로봇 시대에 돌봄(care)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특히 AI 로봇기술이 간호에 도입되면서 윤리적 문제와 인간-기계 협업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문정 교수는 “감성적 교류를 유지하는 것이 간호의 핵심이며, 인간중심간호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 디자인과 환자경험을 고려한 인터페이스 설계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AI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중심간호를 실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 ‘간호실무에서 헬스케어 질 향상을 위한 상급간호교육’ 주제로 강연한 야마모토 미타니 도쿄대 교수는 실무중심교육과 헬스케어 질 향상을 위한 상급간호교육의 필요성과 다학제간 팀 협력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야마모토 미타니 교수는 “간호학자들이 연구와 실무 교육을 병행하며 지속적인 전문성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강연은 간호교육의 방향성과 시대에 발맞춘 혁신적인 학습방법을 고민해보는 기회가 됐다.
○... ‘디지털 헬스에서의 인간중심돌봄과 건강 형평성’ 주제로 강연한 남수현 예일대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가 의료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디지털 격차로 인해 취약 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국민들이 형평성 있는 의료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문해력) 교육과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민하게 해준 강연이었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를 통해 AI,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간호 현장에 깊숙이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첨단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간호의 본질은 대상자를 먼저 생각하고, 대상자를 중심에 두는 마음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됐다. 또한 불균등한 디지털 분배와 건강 형평성의 문제, 환자정보보호 등의 과제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동아시아 간호학자들의 열정적인 학문 교류의 장이 된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디지털 시대 변화의 물결을 열린 자세로 받아들이면서 간호의 새 길을 만들어가야 한다는 소명을 일깨워줬다.
간호학자들은 기술을 적극 수용하면서도 인간적 간호와 윤리적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 더 좋은 간호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