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샤티로 가는 길에 만난 노란 들꽃이 초원을 온통 천국의 정원으로 만들어 놓았다. [사진=오이씨의 중앙아시아 여행기]
“내내 꽃밭이 따라온다 / 걸음 걸음 향수를 뿌리며 / 연인처럼 따라온다”
지옥의 길, 천국의 길 키르기스스탄 파미르 하이웨이.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경관과 지옥을 연상케 할 정도로 거친 도로가 공존하고 있다. [사진=오이씨의 중앙아시아 여행기]
이 책에는 인천공항을 출발해 33일차에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드라마틱한 하루하루가 담겼다.
산과 들, 강과 호수, 국립공원을 누볐고, 때로 아찔한 협곡도 걸었다. 다다른 마을에서는 정겨운 사람들을 만났다. 옛사람들이 낙타를 타고 다녔을 사막을 에어컨 틀고 음악 들으며 달렸다. 초원의 들꽃, 황홀한 낙조, 빛나는 북두칠성 등 경이로운 자연을 눈과 마음에 담았다.
도시에서는 시장과 광장, 대성당, 박물관, 유적지 곳곳을 찾았다. 현지 음식을 골고루 즐겼으며, 해발 3200m 설산에서 눈을 녹여 끓인 라면 국물의 목 넘김을 기억 세포에 새겼다.
특히 일차보건의료가 잉태된 곳인 카자흐스탄 알마티(소련 시절 알마아타)는 보건진료소장으로 일해온 이순태 간호사에게 각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는 1978년 알마아타선언을 통해 ‘2000년까지 모든 사람에게 건강을’이라는 목표를 제시했고, 일차보건의료의 세계적인 성공 모델이 된 한국의 보건진료소를 간호사들이 이끌어왔다.
우즈베키스탄 이찬칼라의 석양.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다. [사진=오이씨의 중앙아시아 여행기]
책에서는 시인 이순태의 정갈하면서도 충만한 글맛과 아날로그적 낭만을 느낄 수 있다. 사진을 풍부하게 실어 실감 나게 보고 읽는 재미도 크다.
그 바탕에는 간호사 특유의 성실함과 책임감이 녹아 있다. 여행지마다 지리와 교통 정보는 물론 역사와 문화적 배경과 스토리를 담았다. 아는 만큼 보고 느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중앙아시아 관련 서적 10권을 탐독하며 치밀하게 준비해 가능했다. 덕분에 독자들이 호사를 누린다.
이순태 간호사는 “7학년인데 함께 갈 수 있냐고 물었을 때, 건강하시다면 당근이라고 답해준 카페지기 덕분에 간절히 원하던 배낭여행에 도전할 수 있었다”며 “두려워하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못 나가고, 포기하지 않으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여행 초기에는 다시 오기 어렵다는 생각에 기를 쓰고 다녔더니, 몸이 힘들고 마음이 불편했다”며 “볼 수 있는 만큼만 보리라, 욕심을 버리고 나니 비로소 여유롭고 편안한 여행객이 됐다”고 조언했다.
책 마지막 페이지에 실린 한 장의 사진과 시구는 이번 배낭여행이 예술로 승화되는 특별한 깨달음으로 남았으며, 해피엔딩임을 말해준다.
“부하라의 오솔길 / 담장에 기대선 뽕나무 / 2500년 역사를 / 길바닥에 새긴다. // 창문 안에서 / 소년의 글 읽는 소리 / 귀담아 받아 적는다.”
이순태 간호사는 대구과학대를 졸업했으며, 수술실 간호사를 거쳐 보건진료소장으로 27년 일했다. ‘문학예술’ 시 부문을 통해 등단했다. 시·사진집 ‘살아보니 사랑이어라’ ‘우리 생애 바람치는 날만 있으랴’를 펴냈다.
<퍼플 / 358쪽 / 값 22,000원>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서 만난 오솔길. 부하라는 지붕 없는 박물관, 실크로드의 꽃으로 불리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오이씨의 중앙아시아 여행기]
![[기호 1] 신경림 회장 후보 선거광고](/popup/20250213 n1 shin pr ss_1.gif)
![[기호 2] 탁영란 회장 후보 선거광고](/popup/20250213 n2 tak pr ss_1.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