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전혜련(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종양내과 수석간호사)
뉴스위크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 병원(World’s Best Hospital) 순위에서 6년 연속 1위를 차지한 ‘메이요 클리닉’을 방문했다.
서울특별시간호사회가 회원들을 위해 마련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해 지난해 11월 4∼8일 미국 미네소타주 메이요 클리닉을 다녀왔다. 서울시 9개 의료기관에서 선정된 간호사 10명이 함께했다.
필자는 혈액종양내과 간호사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서울성모병원 의료시스템의 성장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AI(인공지능) 의료와 디지털 시대의 선구자로 인정받는 메이요 클리닉 해외연수에 지원했다. 방문 전에 관심 분야 및 실습 분야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통해 주제를 선정했고, 원하는 분야에서의 연수였기에 더욱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었다.
간호교육 시스템 혁신을 배우다
메이요 클리닉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의 간호교육 시스템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신입간호사에게 교육전담간호사를 배정해 안정적인 적응을 돕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은 간호사의 첫걸음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손길처럼 느껴졌다.
만약 신입간호사가 임상환경에 적응이 어려울 경우에는 교육전담간호사, 프리셉터, 간호파트장이 모여 단기계획을 세우고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병동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 있는 세부 분야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교육을 시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육전담간호사는 우리나라에서도 도입되어 시행 중인데, 메이요 클리닉의 교육전담간호사는 간호사 교육뿐만 아니라 환자 교육이나 교육자료에도 관여하면서 간호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또한 ‘Nursing Career Ladder’를 통해 간호사가 스스로 경력을 설계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 모습과 전문간호사들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협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는 변화하고 있는 간호사의 역할에 대해 기대해보는 계기가 됐다.
디지털 간호 현장을 체험하다
메이요 클리닉의 간호는 디지털 기술과 만나 더 큰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었다. Virtual Nurse(가상 간호사)와 RPM(Remote Patient Monitoring, 원격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먼 거리에 있는 환자들에게도 지속적인 간호를 제공하고 있었다. 또한 LEAF 시스템(욕창 예방 모니터링 프로그램)과 낙상 예방 기구 같은 첨단 장비로 환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었다.
그들의 데이터 기반 간호는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미리 확인하고 대비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나 병원 차원에서 데이터 기반 간호를 위한 지원과 더불어 시스템적으로 환자 안전을 도와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를 고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혈액종양내과에서의 깨달음
혈액종양내과 간호사인 필자는 BMT(골수이식) 및 CAR-T세포 치료에 참여하는 간호팀의 모습을 직접 관찰했다. 간호사들은 각자의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환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며 치료를 이어갔다.
메이요 클리닉에서는 2024년 1월부터 10월까지 벌써 134명에게 CAR-T세포 치료를 시행했다고 한다. 규모에서뿐만 아니라, 멀리 있는 환자의 매일 상태를 점검하고 관리하는 모습은 큰 감명을 주었다.
이 과정에서도 디지털 간호를 접목하여 물리적인 거리가 있는 환자를 디지털 기계로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지역 병원과도 연계하여 필요한 검사와 약물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한국 간호의 미래를 생각하다
메이요 클리닉에서의 연수는 내게 깨달음과 영감을 선사한 동시에 한국 간호사들의 뛰어난 역량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금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선진 의료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메이요 클리닉 간호사들이 마음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다. 환자와 소통하고 사정하기 위해 할애하는 시간이 더 많고, 분업화가 잘 이루어진 덕분에 효율적인 간호가 가능했다.
하지만 한국 간호사들의 전문성과 체계적인 간호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점 또한 느꼈다. 비록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이지만, 우리 간호사들은 늘 환자의 곁에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병동의 우수한 체계와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함이 없는 동료 간호사들의 열정과 환자에 대한 마음을 다시 한번 느끼면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이번 연수를 통해 지면에 모두 담지 못할 정도로 값진 것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단순한 경험 이상의 큰 의미로 다가왔다. 혈액종양내과 13년차 간호사로서 업무를 되돌아보면서 좀 더 높은 전문성과 간호연구에 대한 열정을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메이요 클리닉에서의 한 시간 한 시간이 모두 소중했고, 앞으로 간호의 발전을 위해 배움과 성장을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귀한 연수 프로그램을 개발해주신 서울특별시간호사회(회장 조윤수)와 연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신 박현숙 간호부원장님과 병동 선생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