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이 국회를 향해 간호법을 반드시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하는 외침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간호법 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이며, 최종 표결 단계만을 남겨 놓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와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을 4월 3일과 4일에 이어 6일에도 개최했다. 5일에는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수요한마당’이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렸으며, 전국에서 2만여명이 국회 앞 의사당대로에 집결했다.
문화마당은 매일 오전 11시 30분 국회 정문 앞과 맞은편 집회장소(현대캐피탈빌딩·금산빌딩)에서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어 거리행진을 하며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으로 이동해 문화마당을 계속 진행한다.
6일 문화마당이 펼쳐진 현장에는 △간호법은 부모돌봄법입니다 △부모돌봄의 선진국가 간호법으로 시작합니다 △간호법=부모돌봄법, 가족행복법입니다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특히 국회를 향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간호사와 간호대학생들의 자유발언이 진행돼 시민들의 눈과 귀를 붙잡았다. 발언과 발언 사이에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다함께 노래를 부르며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면서 간호법의 필요성을 널리 알렸다.
부산에서 올라온 2년차 곽병국 간호사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의 장기근속을 유도해 숙련도가 높아지고, 국민과 환자는 질 높은 간호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며 “간호법 제정에 찬성해 달라”고 호소했다.
1년차 이하늘 간호사는 “화장실 갈 시간이 없어 물 마시는 것도 조심해야 하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또 어디 있겠냐”며 “병원을 위해 간호사 개인을 소모품처럼 희생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또한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사가 환자를 위해 본연의 간호만 할 수 있게 업무범위를 분명히 하고, 더 이상 간호사가 소모품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에서 참여한 33년차 주희주 간호사는 “간호법을 반대하고 막아서는 억지 주장들을 보면 코로나19 때보다 더 답답함을 느낀다”며 “힘들고 고된 일의 연속이다 보니 숙련된 간호사가 떠나고, 그 피해는 결국 환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이어 “숙련된 간호사가 떠나지 않게 지키는 길은 간호법 제정에서부터 시작된다”며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는 약속을 국회에서 표결로 보여줄 것으로 전국의 간호사들은 믿고 있다”고 말했다.
간호대학생 성다영 씨는 “열악한 간호현장의 사정을 알게 된 후, 예비간호사로서 임상에 나가기가 무섭고 두렵다”며 “간호법이 제정돼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명을 갖고 국민과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 간호사가 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울산에서 온 24년차 김수정 간호사는 “간호사의 초심이 꺾이지 않게 이제는 우리 사회가 나서야 한다”며 “간호법 제정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에서 온 심규원 간호사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 전공을 바꿔 이 길을 선택했는데, 현실에 부딪혀보니 평생 간호사를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며 “국민과 환자를 제대로 간호하기 위해선 간호사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경북 구미에서 참여한 김은희 간호사는 “간호법을 통해 간호사가 제대로 된 간호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며, 국민이 요구하는 간호돌봄에 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북 안동에서 온 전민기 간호사는 “경력 간호사가 떠나면 간호의 질이 떨어지고, 환자의 안전도 위협받는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법은 간호사가 환자 곁에서 오래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밝혔다.
경남에서 참여한 정미진 간호사는 “간호법은 시대적인 요구이며, 간호법 제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국민”이라며 “초고령사회 대비를 위해 더 늦지 않게 간호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현지 간호사는 “우리 간호사들은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온몸을 던져 환자를 지켰다”며 “하지만 간호사의 희생이 당연시되며 소모품 취급을 받을 때 회의감이 든다”고 호소했다. 또한 “간호법은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더 이상 간호사의 희생에 기대지 않는 환경이 마련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간호법 국회 통과 촉구 문화마당 및 수요한마당에서는 피켓과 현수막, 참가자들의 마스크와 스카프 등을 ‘민트천사 캠페인’에 맞춰 민트색으로 통일하고 있다.
민트천사는 ‘민심의 물꼬를 트며 국민과 소통하는 간호천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존엄돌봄, 맞춤돌봄, 안심돌봄 등 부모돌봄을 위한 간호법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캠페인이다.
정규숙·주은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