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서 간호사로 일했으며, 은퇴 후 여행과 창작에 몰두하고 있는 여류작가 류시경 간호사가 보내온 여행기와 사진을 싣습니다.
류시경 간호사는 장편소설 ‘아라비아는 열애하지 않는다’로 문단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문학사랑”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다섯 번째 시집 “패랭이꽃 백서”를 출간했습니다. 제2회 천상병문학제 시사문단 해외문인상을 수상했으며, 간호사신문이 주최한 ‘간호문학상’ 단편소설 및 수필 부문에서 당선된 바 있습니다.
호주 일주 대장정, 길을 떠나다
캥거루와 대자연의 황홀한 공존
호주 일주 대장정을 나선 지 어언 7개월에 접어들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기 직전, 호주의 남쪽 섬 태즈메이니아를 두 달간 일주하고, 봉쇄로 인한 긴 공백기를 거친 후 다시 오른 여정. 빅토리아주, 뉴사우스 웨일스(NSW)주를 거쳐 지금은 퀸즐랜드주 북부 케언스입니다.
남회귀선이 지나가는 도시 록햄턴을 지나면서 캠핑카의 계기판이 주행 1만km를 기록했습니다. 본토의 해안선을 따라 한 바퀴를 돌고, 남호주 애들레이드에서 내륙을 종단할 예정인데, 해안선 전체 길이가 약 6만km라 하니, 여행이 끝나는 날 캠핑카 계기판의 주행거리가 어느 정도일지 궁금합니다.
케언스는 코랄 바다(Coral sea)와 접해 있고, 이 해역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산호초(Great Barrier Reef; 길이 2,300km, 면적 344,000㎡)가 상하로 광대하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대산호초와 가까운 해안에는 화려하고 다양한 산호초와 아름다운 열대어들을 볼 수 있는, 유명한 관광도시가 많습니다.
케언스는 그중 국내 및 해외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으로, 다양한 바다 스포츠 외에도 스카이 레일, 열대우림을 뚫고 산정으로 오르는 관광열차 등 관광객들을 위한 많은 시설을 갖춘, 퀸즐랜드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남반구는 6월에서 9월까지가 겨울인지라, 열대 기후대라도 덥지 않고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퀸즐랜드 최적의 여행 시기는 6월에서 10월까지라고 합니다. 겨울 전후로는 열대 몬순이나 무더위 혹은 사이클론 등의 악천후 때문에 여행을 권유하지 않지요.
[사진] 필자와 함께 호주 일주 중인 캠핑카 모터홈이 누사 저습지 생태 캠프(Noosa Everglades Eco Camp)에 머물러 있는 모습. 누사는 퀸즐랜드주 선샤인 코스트 북쪽 끝에 있는 휴양지이다.
은퇴 후 꿈 이루고자 캠핑카 '모터홈' 마련
캠핑 정보 모으고 공부하며 체계적으로 준비
30여 년 전 제가 호주로 이주한 후, 저의 이모가 “그 나라 사람들은 차에 집을 달고 대명천지를 돌아다닌다면서?”라고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저는 그 말을 이해도 못했을 뿐더러, 상상조차 어려웠습니다.
친척이 말했던 ‘카라반’(차에 연결해 이동하는 야외 주거시설)을 안 것은 호주에서의 삶이 한참 지나서였습니다. 더불어 모터홈(내부에 주거시설을 모두 갖춘 캠핑카)과 캠퍼밴(주거시설을 갖춘 소형 밴으로 샤워나 화장실이 없는 경우도 있음)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지요.
호주인들은 은퇴 후 캠핑카를 장만해 여행하며 노후를 보내는 것이 최대의 꿈이라고 합니다. 저의 남편도 그중 한 명이었지요. 저희는 중년을 지난 후 본격적으로 꿈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해마다 거창하게 열리는 ‘카라반 & 캠핑 쇼’에 참가해 여러 종류의 캠핑카와 장비 및 도구들을 꼼꼼히 살폈고, 정보를 차곡차곡 모으며 실현의 날을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어 은퇴했고, 길을 떠났습니다.
[사진] 맹그로브 나무(위)와 고래뼈.
절경과 비경 이어져 --- 기이한 동식물과의 만남
탄성과 감동 쏟아지는 모험 가득한 여정
호주는 영토가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크며, 한국의 약 76배로 실로 엄청난 크기입니다. 97%의 인구가 전체 영토의 3% 밖에 되지 않는 해안 도시에 몰려 있다고 합니다. 호주 인구는 약 2600만으로 한국의 반 수준입니다. 그 외의 땅은 사람이 살 수 없는 척박한 사막, 황무지, 또는 높고 깊은 협곡이나 산지이지요. 그래서 이동 중에 와이파이는 물론, 통신이 두절되는 곳이 많습니다. 내륙을 달리다 보면 수백 km를 가야 마을이 나타나는 곳도 허다합니다. 북으로 갈수록 그런 곳이 더 많을 겁니다.
각 나라마다 특징이 있듯이 호주는 독특한 절경과 비경이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아름답고 기이한 동·식물들도 많습니다. 그 가운데는 해독제가 없는 맹독성 뱀, 악어와 독거미 조류 등 치명적인 생명체들도 많은지라, 전국 일주의 대장정은 실로 엄청난 모험이 아닐 수 없어 보입니다.
그래도 카라반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이 여정이 그만큼 가치와 의미가 있기 때문이겠지요. 저 또한 곳곳에서 탄성을 쏟아내고 많은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더불어 새롭게 알아가는 호주 역사와 상식, 자연과 그 안에 공존하는 생명체들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도 여행의 의미와 흥미를 더해줍니다.
소도시에도 여행안내소가 잘 운영되고, 길도 좋고, 캠핑장도 많아, 여행에 불편함은 없습니다. 캠핑장은 대부분 유료지만, 시설이 아주 잘 되어 있는데, 지역 시의회(City Council)가 관리하는 무료 캠핑장도 도처에 있습니다. 이런 곳은 물이나 전기 시설이 없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바라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여행이 더 편해졌지요.
젊은이들은 야영이 가능한 곳이면 어디든 텐트를 치고 머물기도 하지만, 노령의 여행자들은 주거시설이 완벽한 캠핑카가 있어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닌 이상은 늘 캠핑장을 이용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생기지 않도록 미리 계획하여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편입니다.
해서 지금까지는 힘든 것 없이 즐거웠는데, 곧 이어질 호주 최북단의 열대 사바나 수천 km 여정은 좀 긴장이 됩니다. 통신이 거의 두절되고, 가도 가도 황무지뿐인 대지를 횡단하는 첫 여정인지라 불안함과 기대감이 교차합니다.
천혜의 경치를 품은 호주, 지금도 진행형인 여정에 얽힌 짧은 이야기를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이 글을 보냅니다. 여러분의 평화를 빕니다. 감사합니다.
[사진] 글래스 하우스 마운틴스 국립공원의 13개 화산 봉우리 중 하나인 ‘쿠노린 산(Mount Coonowrin)’과 마주한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