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에 무심했던 나에 대한 성찰과 반성
‘내 삶은 내 손에 달려 있다’ 생각하며 참여
올해 1월 초, 평온한 방학생활을 즐기던 중, 학교와 연락이 닿았다.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앞에서 수요집회 및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1인 시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간호법은 나의 관심사 밖의 일이었으며, 처음에는 왜 저렇게까지 간호법 제정을 위해 힘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뼈를 에이는 듯한 바람과 눈보라가 쳤던 1월 17일, 내가 간호법 촉구 시위에 처음 발을 내딛게 된 날이다. 혹독한 추위에 떨며 시위에 참여하던 중 바로 내 옆에서는 대한의사협회 등이 간호법 철회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옆에서 들리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분노와 우려가 가득 담긴 어조로 간호법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었다. 간호법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지하며, 이를 공격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있던 나는 간호법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고, 선배 간호사들은 왜 그렇게 간호법 제정을 염원해 온 것일까? 등의 끊임없는 질문에 해답을 찾아나갔다.
임상현장에 나가보지 않아 의료계의 현실을 제대로 체감해 볼 기회가 없었던 학생이라지만, 간호법을 간과하며 살아왔던 이기적인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고 죄책감이 들었다.
성찰과 반성을 시작으로, 내 삶은 내 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1인 시위에 계속 참여하게 되었고, 간호법에 더욱더 관심을 갖게 됐다. 현재와는 다른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내가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며, 이러한 일련의 노력과 어려운 과정을 거치면 언젠가는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시민들의 따뜻한 격려와 응원에 힘나
반대 시위하는 의사단체 보며 씁쓸
1인 시위에 참여하다 보면 응원해주시는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국민 10명 중 7명이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난 조사결과를 체감할 수 있는 순간이다.
추운 날씨에 수고가 많다며, 따뜻한 커피를 전달해주시는 분도 있었다. 내 나이 스물셋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장갑을 벗어 내게 주시는 분도 계셨다. 세상은 정말 따뜻한 곳임을 새삼 느꼈다.
조금 씁쓸한 현실은 내가 서 있는 건너편에서는 대한의사협회가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가 서로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안전한 의료환경에서 일하는 세상, 아직은 너무 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의사단체들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간호사가 독자적인 진료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논의를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는 가짜뉴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의료인들에게 필요한 건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고,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세상에 맞춰 의료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의료인들이 함께 공존하고 동반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게 더 현명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간호법 제정되는 그날까지 힘 보탤 것
간호법은 간호사에게만 국한된 법률이 아니다. 간호법의 부재는 미래 사회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이다. 간호법은 전문화된 간호인력 확보를 위한 출발점이다. 고령화 사회로 가는 길목에서 간호법은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또한 간호법은 노동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낼 수 있는 하나의 열쇠가 될 것이다.
간호법 제정을 위해 수요집회와 1인 시위를 이끌고 있는 대한간호협회, 직접 참여해 수고해주시는 간호사 선배님들과 간호대학생 친구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표한다.
모든 이들의 노력이 헛된 각고면려가 되지 않기를 갈망하며, 간호법이 제정되는 그날까지 나도 함께 힘을 쏟을 것을 약속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