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애의 늪에 빠진 위태로운 삶 --- 자신과 주변을 철저하게 파괴
치밀하고 압도적인 이야기의 힘 --- 인간 내면의 심연을 마주하다
간호사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정유정이 신작 《완전한 행복》으로 돌아왔다.
정유정 작가는 그동안 《내 심장을 쏴라》 《7년의 밤》 《28》 《종의 기원》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으며, 한국문학의 대체불가한 스타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 내놓은 《완전한 행복》은 치밀하고 압도적인 이야기의 힘으로 승부하는 정유정 작가만의 스타일을 더욱 날카롭고 강렬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500여쪽을 꽉 채운 압도적인 서사, 적재적소를 타격하는 속도감 있는 문장, 치밀하고 정교하게 쌓아올린 플롯과 생생한 묘사로 더 완숙해진 서스펜스를 보여준다. 이와 함께 인간 내면의 심연에 대한 밀도 높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완전한 행복》은 자기애의 늪에 빠진 나르시시스트가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의 삶을 휘두르기 시작할 때 발현되는 일상의 악에 주목한다.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이라며 집착하는 주인공. 행복한 순간을 지속시키는 데 방해가 되는 것들을 가차 없이 제거해나가는 과정에서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삶이 철저하게 파괴되고 황폐화되는 과정을 그렸다.
소설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버려진 시골집에서 늪에 사는 오리에게 줄 먹이를 만드는 한 여자의 서늘한 뒷모습에서 시작된다. 그녀와 딸 그리고 그 집을 찾은 한 남자, 그들은 각자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노력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그림자는 점점 더 깊은 어둠으로 가족을 이끈다.
등장인물의 시점을 교차하며 치밀하게 직조된 이야기이며, 쾌감이 느껴질 정도의 속도로 결말을 향해 질주한다.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어두운 심연, 그 깊은 늪의 바닥을 정조준하며 ‘행복의 책임’을 되묻는다.
소름끼칠 정도로 정교하게 구성된 상황과 장소, 인물들이 독자를 사로잡는다. 이를 위해 정유정 작가는 전문가 인터뷰는 물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러시아 바이칼 호수를 답사하는 등 꼼꼼하게 현장취재를 했다.
정유정 작가는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도 책임이 있다”는 화두를 던졌다. “언제부턴가 사회와 시대로부터 읽히는 수상쩍은 징후가 있었다. 자기애와 자존감, 행복에 대한 강박증이 바로 그것”이라며 “자신을 특별한 존재라고 믿는 순간, 개인은 고유한 인간이 아닌 위험한 나르시시스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전한 행복》은 △1부=그녀의 오리들 △2부=그녀는 누구일까 △3부=완전한 행복으로 구성됐다. 은행나무 출판사 / 524쪽 / 값 15,800원.
0... 정유정 작가는 1966년 전남 함평 출생으로, 기독간호대를 졸업했다. 광주보훈병원 응급실과 중환자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14년간 일했다.
2000년 등단했다. 장편소설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내 심장을 쏴라》로 제5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7년의 밤》 《28》 《종의 기원》은 주요 언론과 서점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으며, 영미권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핀란드, 중국, 일본, 브라질 등 해외 20여개국에서 번역 출판됐다.
이외에도 에세이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이야기를 이야기하다》와 2019년 신작 장편 《진이, 지니》를 출간했다.
정유정 작가는 지난 2013년 간호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모전에서 11번 떨어지고 12번째에 당선 소식을 들었고, 길고 어려웠지만 행복한 시간이었다”면서 “소설가가 되기 위해 도전한 과정은 온전히 나를 위해 후회 없이 보낸 시간이었고, 모든 힘을 쏟아 노력했고 혹독하게 연습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작가를 꿈꿨는데, 간호대학에 가게 됐고 처음엔 적응하기 힘들었다”면서 “병원에 다니는 동안 정말 치열하게 일했고, 수많은 삶과 죽음을 마주하며 세계관이 넓고 깊어진 게 큰 선물”이라고 말했다.
특히 “간호사로 일했던 모든 시간들이 글을 쓰는 데 큰 자양분이 되고 있다”면서 “제 소설은 인간에 대한 탐구이며,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 악, 천국과 지옥, 혼란과 질서가 함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