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자혜 초상 앞에 선 윤석남 작가 [사진=학고재 갤러리]
*박자혜 초상, 한지 위에 분채, 210x94cm [사진=학고재 갤러리]
*박자혜 초상, 종이 위에 연필, 47x35cm [사진=학고재 갤러리]
*박자혜 초상, 한지 위에 분채, 47x35cm [사진=학고재 갤러리]
독립운동가 박자혜 간호사의 초상이 작품으로 탄생해 전시됐다.
윤석남 작가의 개인전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이 서울 학고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아시아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로 불리는 윤석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역사 속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초상 연작과 대형 설치작업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강주룡, 권기옥, 김마리아, 김명시, 김알렉산드라, 김옥련, 남자현, 박자혜, 박진홍, 박차정, 안경신, 이화림, 정정화, 정칠성 등 14인의 여성 독립운동가를 그린 채색화와 연필 드로잉이 전시됐다.
학고재 본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박자혜 간호사의 초상을 만날 수 있다. 남편이자 독립운동가인 신채호 선생의 유골함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남아 있는 사진 자료를 참고해 얼굴을 묘사하고, 생애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배경과 몸짓을 구상해 그려 넣었다.
윤석남 작가는 “어려운 시대, 나라를 위해 싸운 여성들의 삶을 조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역사가 충분히 주목하지 않은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화폭에 기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윤석남 작가의 초상에서 인물의 손은 크고 거칠게 표현된다. 살아온 삶을 정직하게 드러내는 신체 부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립적인 여성의 삶을 대변하는 투박한 손이 작고 고운 손보다 아름답다고 보는 것이다.
전시는 2월 17일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개막했으며, 4월 3일까지 계속된다. 전시 개막에 맞춰 김이경 소설가가 동명의 책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 역사를 뒤흔든 여성 독립운동가 14인의 초상”(한겨레출판)을 출간했다.
□ 독립운동가 박자혜 간호사
박자혜 간호사(1895-1943)는 일제강점기 당시 동료 간호사와 조산사들을 규합해 ‘간우회’를 조직하고, 독립만세운동 동참을 주도한 인물이다. 일제강점기의 심장부인 조선총독부의원에서 간호사들이 주도적으로 만세운동을 전개한 점과 그 당시로는 파격적으로 일제에 맞서 파업과 태업을 조직적으로 주동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간우회 사건으로 일경의 혹독한 취조를 받은 박자혜 간호사는 풀려난 후 만주로 건너갔다. 혁명가의 피가 끓는 여걸 박자혜 간호사는 단재 신채호 선생과 결혼해 아내이자 동지로서 독립운동을 함께 했다.
서울에 돌아와 인사동 69번지에서 ‘산파 박자혜’ 간판을 내걸었다. 일제의 삼엄한 감시 속에서 독립투사들을 안내하고 연락을 취하는 임무를 맡아 수행했다. 동양척식주식회사와 식산은행 파괴 임무를 띠고 잠입한 의열단원 나석주 의사를 도왔다.
박자혜 간호사에게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됐다. 2008년 충북 청원군 단재 선생의 묘소에 박자혜 간호사의 위패를 함께 안치함으로써 부부는 합장됐다. ‘박자혜 산파 터’ 표석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남인사마당 입구에 2020년 8월 26일 설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