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업무
‘지도’와 ‘업무보조’ 수직적 분업관계 준수해야
◇ 간협, 간호인력 상생하며 함께 가야
간호단독법 제정으로 근본문제 풀어야
◇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체계 정립방안 토론회
◇ 주 최 : 국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연구회’
◇ 주 관 : 대한간호협회
◇ 후 원 : 한국의료법학회, 한국법이론실무학회
# 간호조무사에게 법정단체인 중앙회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에 대해 법률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는 면허와 자격 체계의 혼란을 야기하고, 간호와 보건의료 체계 근간을 흔드는 것이며, 국민건강권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현재 간호조무사 중앙회 설립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 의료법에 명시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관계는 지도(간호사)와 업무보조(간호조무사)의 관계이며, 수직적 분업관계이다. 간호영역에서 간호보조인력이 업무보조의 경계를 넘어서게 되면 무면허간호행위가 성립된다.
# 직역 간의 갈등이 생기면 국민이 희생된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는 상생하며 함께 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간호단독법을 제정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국민건강과 환자안전을 위한 간호체계 정립방안 토론회가 ‘의료법상 의료인 단체의 법적 성격과 역할을 중심으로’ 주제로 9월 2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국회 ‘민주주의와 복지국가 연구회’(대표의원 강창일·인재근)가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회장 신경림)가 주관했다. 한국의료법학회와 한국법이론실무학회가 후원했다.
이날 ‘의료인 단체의 설립주체로서 당사자능력’ 주제발표를 한 주호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문직은 독자적 지식체계, 공공복리(국민의 생명과 건강), 자율규제 등 3요건을 갖춰야 한다”면서 “전문직은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상위직종과 하위직종으로 구성된 계층구조를 갖고 있으며, 자기영역의 경계를 넘어서면 무면허행위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사로서 지식과 경험을 갖지 않은 자가 간호행위를 하게 되면 무면허간호행위가 성립된다”고 설명했다. “간호사는 간호영역에 관한 모든 행위를 다 할 수 있지만, 간호보조인력이 업무보조의 경계를 넘어서게 되면 무면허간호행위에 해당된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판례를 통해 무면허간호행위 개념이 시작되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사의 업무와 임무’는 의료법 제2조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중 제5호에 따르면 간호사가 간호조무사의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를 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주호노 교수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관계는 지도(간호사)와 업무보조(간호조무사)의 관계이며, 수직적 분업관계”라면서 “의료법대로 간호사는 간호사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되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조무사가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의료법 제80조의2에 규정돼 있다. 간호사를 보조해 업무를 수행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하여 의사의 지도하에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주호노 교수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간호조무사의 업무 중 진료의 보조 의미는 어디까지나 의사가 주체가 되어 진료행위를 함에 있어 그의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지위에서 조력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의료인 단체’와 관련 의료법 제28조에서는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인에 대해 중앙회를 설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호노 교수는 “의료인 단체 중앙회를 설립하는 취지는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보장하는 데 있다”면서 “중앙회 설립주체로서의 당사자능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독자적인 전문지식체계 및 의료 질관리 능력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인데, 이 점에서 간호조무사는 중앙회 설립자격이 없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송진호 대한간호협회 자문변호사는 “간호조무사의 업무는 간호사의 업무 범위 내에 있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지도를 받는 점에 비추어 간호조무사 단체를 별도의 의료법상 단체로 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두 단체가 생기면 갈등과 대립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호서대 법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행 의료법은 의사법일뿐 의료법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완전히 해체해 새롭게 구성하는 보건의료 법률체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간호단독법 제정으로 풀어야 하며, 오늘의 논의가 큰 걸음을 내딛는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조무사에게 중앙회 설립을 허용할 경우 정치적인 다툼이나 갈등이 빈번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수직적 분업관계는 반드시 유지 정착돼야 하며, 이러한 질서가 깨지면 의료현장이 붕괴되고 이는 국민건강권의 붕괴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면허가 아닌 자격으로 규정된 간호조무사 단체에 중앙회 설립 법적근거를 마련해 주는 법안은 특정 직역의 이해만 대변하는 졸속 안으로 볼 수 있다”면서 “면허와 자격 체계에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종호 교수는 “헌법상 평등권은 절대적 평등이 아닌 상대적 평등을 의미하며, 직무의 고유한 특성과 전문성을 무시하고 획일화해버린 평등은 국민건강권의 질적 저하라는 상황으로 나타날 것”이라며 “보건의료와 간호 체계의 근간을 흔들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부회장은 “환자에게 안전한 최선의 진료를 목표로 의료현장에서 모든 직역이 영역을 서로 존중하고 협업해 나가자”고 말했다.
음상준 뉴스1 기자는 “간호사의 처우가 개선되고 활동이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한간호협회에서 간호조무사를 이끌어나가면서 간호인력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제안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의료법상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역할은 지도와 업무보조로 명시돼 있다”면서 “간호인력이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대한간호협회가 중심이 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좌장을 맡은 신현호 변호사는 “직역 간의 갈등이 생기면 국민이 희생된다”면서 “궁극적으로 간호법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토론회 개회식에서 인재근 국회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간호사는 출생부터 죽음까지 우리 삶에서 가장 가깝게 연결돼 있는 사람이며, 간호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간호사의 역할과 책임이 늘어나고 있는 데 걸맞은 정책이 필요하며, 오늘 토론회에서 나온 제안을 귀담아 듣고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오제세 국회의원, 김영진 국회의원, 윤종필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축사를 했으며, 토론회 사회는 오영훈 국회의원이 맡았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우리나라의 간호 관련 법령 체계는 건강보험제도와 의료보장체계가 마련되기 이전의 낡은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선진국형 복지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간호 관련 체계와 법제가 반드시 정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15년에 이르러서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업무 규정을 정비하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등 한 단계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미흡한 측면이 있다”면서 “간호사와 간호보조인력 간에 혼선과 갈등을 초래하는 각종 법령과 인력기준들도 정비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전문가 집단인 의료인 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대한간호협회는 전체 간호 직역을 총괄해 간호의 전문성을 높여나가고, 국민 보건의료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해야 할 사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림 회장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업무 및 역할은 의료법에 분명하게 나와 있고,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각자 본연의 지위에 적합한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갈등 구도로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갈등의 근본원인이 과거 낙후된 보건복지시스템에서 비롯됐고, 간호조무사는 간호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인력으로서 간호사와 함께해야 할 인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규숙·최유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