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나는 입원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였고, 그곳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앓고 있는 한 환자를 만났다. 골수(조혈모세포)이식을 제외한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를 받았으나 완치가 되지 않았고, 이틀에 한 번 꼴로 수혈을 받는 분이었다. 수혈로 생명을 유지하기는 했으나 다량의 수혈로 인한 치료비뿐만 아니라 명절로 인해 휴일이 길어질 때는 수혈할 혈액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수혈 치료를 계속 받았지만 환자분은 결국 세상을 떠나셨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훌륭한 인품으로 내게 많은 깨달음과 위로를 주신 분이었다.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다른 환자들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헌혈을 하려고 집 근처 혈액원을 찾아갔고, 그 때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듣게 됐다. 비록 나의 환자분은 기증자를 찾지 못했지만, 만약 내가 아픈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기증등록을 하게 됐다. 하지만 그 뒤로 기증 대상자를 찾았다는 연락은 오지 않았고, 이러한 기억은 서서히 잊혀졌다.
그러던 중 올해 초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서 기증이 가능한 환자가 있다는 소식이 왔다. 당연히 기증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수락했지만, 사실 살짝 겁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결정이 한 사람에게 어떤 희망을 줄 수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런 기회가 주어졌음에 감사했다.
기증을 위해서는 내 몸이 기증하기에 적합한지 알아보는 검진, 이후 적합한 공여자라 판단이 되면 기증 일정을 잡고 채혈하기 전 채집할 세포 수를 늘리기 위한 주사 투여,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하는 날이 되면 입원해 4∼5시간 정도 성분헌혈을 하듯 채혈을 하는 세 가지 정도의 과정을 거친다.
이 하나하나의 과정이 말처럼 단순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과정으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모든 것이 감사했다.
이번 기증을 통해 세상에는 기적이란 것이 있음을 또 한 번 느꼈다. 하루하루 세상을 더 열심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혹여 기증을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내 인생에 찾아온 고마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보기 바란다. 큰 기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