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업무환경 개선 국회토론회
오제세·윤종필·장정숙 국회의원 주최
대한간호협회 주관-보건복지부 후원
# 숙련된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고 오래 근무할 때 환자안전이 보장된다. 간호사들이 이직하지 않는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한다. 특히 의료기관평가인증에 간호업무환경 개선 지표를 신설해야 한다.
# 미국간호협회 산하 미국간호사자격인증센터에서는 `Pathway to Excellence' 인증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간호사가 일하기 좋은 긍정적인 업무환경을 조성해 간호의 우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의사결정 및 목표 달성 과정에 간호사들을 함께 참여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인증받은 병원은 간호사 만족도가 높고 이직률이 낮으며, 환자안전 및 환자결과가 향상됐다.
미국간호협회 산하 미국간호사자격인증센터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 인증프로그램 운영
의사결정과정에 간호사 함께 참여시키는 조직문화 구축
인증병원, 간호사 만족도 높고 환자결과 향상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한 간호의 질 향상 방안 토론회가 `간호업무환경 개선 방안을 중심으로' 주제로 7월 16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오제세 국회의원, 윤종필 국회의원, 장정숙 국회의원이 주최했다.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했다.
개회사를 한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간호사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이슈”라면서 “역량 있는 간호사, 숙련된 간호사 확보가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매우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업무환경의 우수성을 인증하는 미국 제도에 대해 귀담아 듣겠다”면서 “오늘 토론회에서 제시된 해법이 정책과 입법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종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신입간호사의 이직이 42.7%에 달하는 현상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며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면서 “이는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악화시키는 등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이어 “우수한 경력간호사 확보를 위해서는 간호사가 현장을 떠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병원에서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동기를 강화시켜줄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면서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장정숙 민주평화당 국회의원은 “연구를 통해 입증됐듯이 간호사 배치 수가 많을수록, 간호사의 역량이 높을수록 환자의 예후가 더 좋고 의료의 질 향상 또한 가능하다”면서 “간호사들의 직업만족도와 재직의도를 높이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간호업무환경이 좋은 병원을 인증해주는 선진사례를 살펴보고 우리 현실에 맞게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간호사의 역할이 환자안전을 절대적으로 좌우하며,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곧 국민의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적정수준의 간호사 인력배치를 보장하고, 전문성 개발과 협력적 분위기 조성을 통해 재직의도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법·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일찍이 1980년대부터 간호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 요인을 탐색했다”면서 “Pathway to Excellence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한 간호업무환경을 유지하는 데 힘쓰고 있으며,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오늘 토론회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토론회에는 정갑윤 국회의원, 김상훈 국회의원, 백승주 국회의원, 신보라 국회의원, 조훈현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간호사들을 격려했다.
이날 미국간호협회 산하 미국간호사자격인증센터(ANCC:American Nurses Credentialing Center)의 크리스틴 파비코(Christine Pabico) 국장이 초청돼 강연했다.
파비코 국장은 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간호업무환경 인증프로그램 `Pathway to Excellence'에 대해 소개했다.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Positive Practice Environment)을 조성함으로써 간호의 우수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급성기병원부터 재택간호까지 모든 유형의 기관 및 모든 규모(병상 수)에 적용할 수 있도록 표준화된 프로그램이다.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기관도 인증하고 있다.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과 조직문화, 간호사 복지, 간호의 우수성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 현재 174개 기관이 인증을 받았다.
'Pathway to Excellence' 프로그램의 인증기준은 △1. 함께하는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 △2. 리더십(Leadership) △3. 안전(Safety) △4.질(Quality) △5. 복지(Well-Being) △6. 전문성 개발(Professional Development) 등 6개이다.
`Pathway to Excellence'는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과 간호사의 참여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마그넷병원으로 가는 중간 또는 하위과정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별개의 프로그램이다. 현장방문평가 대신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비밀이 보장되는 설문조사를 진행하며, 결과(outcome) 제출을 요구하지 않는다.
마그넷병원은 간호사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최고의 간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의료기관에 대한 인증마크이다. ANCC에서 평가를 거쳐 부여한다. 간호사들이 병원에 자석처럼 붙어서 떠나지 않는 좋은 병원이라는 뜻이다. 결과(성과) 중심이다. 마그넷병원은 간호사 이직률이 낮고, 환자결과가 우수하다.
파비코 국장은 “국제간호협의회(ICN)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을 강조하고 있다”면서 “간호사들이 떠나지 않는 병원을 만들어야 환자안전과 양질의 간호서비스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특히 “간호사들이 Pathway to Excellence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고, 즐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Pathway는 우수한 간호에 도달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주는 여정이며, 인증은 마지막 결과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간호사가 참여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간호사들이 근거(연구결과)에 기반해 실무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인증프로그램은 간호사, 환자, 기관 모두에게 이익으로 나타나고 있다. 낙상·욕창·감염 등이 감소했다. 환자 경험 및 만족도가 향상됐다. 전문자격 및 상급 학위를 보유한 간호사 수가 늘었고, 환자결과가 개선됐다. 의사결정과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면서 직장만족도도 향상됐다. 간호사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환자 만족도도 높아졌다. 간호사 이직률이 감소했다.
파비코 국장은 “긍정적인 업무환경이 조성됐을 때 간호사의 재직의도가 높아지고, 역량 있는 간호사가 떠나지 않고 유지된다”면서 “간호사 이직률이 1% 감소할 때 병원에서 평균 37만3200달러(약 4억4000만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으며, 무엇보다 환자의 안전이 보장되면서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밝혔다.
특히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으로 인한 잠재적 이익은 투자비용보다 크며, 향후 10배 이상의 이익으로 돌아온다”면서 “영리하고 현명한 병원은 간호사에게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자로 나선 조정숙 대한간호협회 이사는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제안' 주제발표를 통해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을 조성해 간호사의 재직을 유도하고, 숙련된 간호사를 확보해 환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인증을 받은 병원이 일하기 좋은 병원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평가인증제도가 잘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시스템에서는 간호사들의 경력과 노력을 인정해주는 보상체계가 미흡하다”면서 “의료기관평가인증에서도 간호 관련 질적지표가 드물고, 숙련된 간호사 보유를 위한 견인책이 될 만한 지표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정숙 이사는 “간호업무환경 개선사업에 대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면서 “현행 의료질평가에 업무환경개선 지표를 추가하고, 의료기관평가인증에 간호업무환경 개선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예로 직원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지표, 업무환경 및 직원만족도를 조사해 내부제도 개선에 활용하도록 하는 지표, 직무 관련 학위 및 자격 획득에 대한 보상체계 마련 지표 등을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이상일 한국의료질향상학회장(울산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지정토론이 진행됐다.
김태완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간호사가 적정 수의 환자를 볼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개선책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의료기관평가인증에 따른 인센티브가 병원 구성원에게 직접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애 중소병원간호사회장은 “중소병원 간호사 현황에 대한 연구조사를 실시해 정책에 반영해야 하며, 중소병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기관평가인증제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상급병원의 업무표준과 경험 등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자문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일하기 좋은 긍정적인 업무환경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며, 간호사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면서 “숙련된 경력간호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황인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정책연구팀장은 “간호사 업무환경 개선과 의사결정 참여를 확인할 수 있는 평가지표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잘 들었다”면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고 조율하면서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홍승령 보건복지부 간호정책TF팀장은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수준 높은 간호를 제공하기 위해선 간호사 업무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데 정부도 깊이 공감하고 있다”면서 “각종 지원사업 및 예산편성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경력간호사를 유지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며 “간호사가 안전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업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간호업무환경 인증기준 Pathway Standards
1. 함께하는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
간호사들이 기관의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간호사들이 권한을 갖고 전문적인 실무를 발전시키고 총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2. 리더십(Leadership)
리더(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간호사들을 참여시켜 현장의 의견을 듣고, 함께 의논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도출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3. 안전(Safety)
간호사와 직원 그리고 환자의 `안전'을 기관의 정책과 절차를 통해 보호해야 한다.
4.질(Quality)
`질'에 대한 계획은 근거에 기반하고, 환자결과를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서 시행해야 한다.
5. 복지(Well-Being)
간호사의 `복지'에 대해 평가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간호사가 업무에 몰입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원한다면 소진되지 않도록 복지에 힘써야 한다.
6. 전문성 개발(Professional Development)
자격제도, 경력개발제도, 컨퍼런스 등을 통해 간호사들의 `전문성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환자 케어를 위해 간호사의 평생교육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교육과정과 자격시험 비용 등을 지원해야 한다.
정규숙·주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