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인권포럼 주최 … 대한간호협회 주관
◇신규간호사 현장적응 돕는 교육체계 시급
◇간호사 노동가치 반영해 수가체계 개선
◇정부 간호전담부서 설치 촉구
◇존중하는 조직문화 확산 주력
“간호사 인권침해는 인력부족과 열악한 근로환경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발생하는 복합적인 문제이며, 간호사의 존엄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근로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 및 개선방안' 국회 토론회가 1월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국회인권포럼(홍일표 대표의원)이 주최하고, 대한간호협회가 주관했다.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후원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이 '간호사 인권실태와 제언' 주제발표를 했다. 곽월희 제1부회장은 “생명을 다루는 긴장감 높은 업무와 환자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간호업무 특성상 육체적, 정신적, 감정적 소모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불규칙한 근무스케줄, 인력부족에 따른 초과근무, 높은 노동 강도 등 열악한 근로환경은 간호사를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으로 치닫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간호사 인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간호서비스의 질과 환자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워 궁극적으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중차대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간호사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논의는 개인 및 집단적 원인의 틀에서 벗어나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 등 구조적인 요인의 복합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월희 제1부회장은 간호협회가 실시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 및 신고사건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조사결과 연장근무 등 근로기준법 상 근로조건 관련 위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69.5%였으며,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40.9%였다. 인권침해 신고사건 중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분석결과 폭언이 가장 많았으며 폭행, 따돌림, 불이익한 근로조건, 성희롱, 임신순번제 등이 뒤를 이었다.
곽월희 제1부회장은 간호사 인권침해 근절과 예방을 위해 대한간호협회가 펼쳐온 활동으로 간호조직체계 및 문화혁신 캠페인, 존중간호리더십 교육, 간호사 대상 인권교육, 회원 고충상담 접수창구 운영, 간호사 인식개선 유튜브 영상 제작 등을 소개했다. 이어 간호사 인권문제 개선을 위한 제언을 했으며, 특히 정부 내 간호전담부서가 하루빨리 설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첫째, 충분한 간호사를 배치해야 한다. 의료법 상의 간호사 배치기준 준수 여부에 대한 정부차원의 전수조사나 행정처분이 제대로 이뤄져야 하고, 간호등급 신고 의무화 등 간호관리료 차등제의 실효성이 확보돼야 한다.
둘째, 간호사의 현장적응을 돕기 위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신규간호사가 임상현장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각 의료기관마다 교육전담간호사를 배치하는 등 교육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법·제도 개정을 통해 간호사 근로환경에 대한 기준을 정비하고 적절한 처우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간호사의 노동가치를 충분히 반영해 수가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현재 간호사의 노동가치가 반영된 수가는 입원료 내의 간호관리료가 유일한데, 대부분의 입원서비스는 간호사에 의해 제공됨에도 간호관리료가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제3차 상대가치 개편을 통해 저평가돼 있는 간호사의 노동가치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수가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넷째, 법정 근로시간 준수 및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법정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의 준수가 선행되고, 사각지대에 놓인 모성보호에 대한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
다섯째, 존중하는 조직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의료기관 내 상호존중문화 확산 캠페인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정부와 함께 간호관리자, 신규간호사, 프리셉터를 대상으로 인권침해 예방 및 대처방안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주제발표에 이어 김 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각계 전문가들의 토론이 진행됐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간호사 인력확보를 위해 적정한 수가보상이 확실하게 이뤄져야 하고, 간호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각종 인증 및 평가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정책국장은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근로환경은 간호사가 오래 일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이처럼 간호사의 돌봄노동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이 인권침해 문제를 불러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천정환 대한변호사협회 사업이사는 “간호사 근무환경 개선 및 인권보호 관련 내용을 법률 제·개정을 통해 의무화하는 데 간호협회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간호사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대국민 홍보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4년차 간호사는 “괴롭힘은 간호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열악한 근무환경의 거대한 악순환 속에서 발생하며, 일할 간호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간호사가 없는 것”이라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으로 간호사 인권이 지켜질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는 “인권문제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사건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폐쇄적인 병원 환경과 간호조직문화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순헌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개선 대책에 따라 세부과제들을 추진해오고 있다”면서 “간호전담 태스크포스팀이 곧 꾸려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교육전담간호사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며, 계속 확대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면서 “간호협회와 함께 조직문화 및 인식개선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아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 서기관은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올해 7월 16일부터 시행된다”며 “개정된 근로기준법에는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대응방안을 취업규칙에 반드시 명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한편 홍일표 국회인권포럼 대표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간호사들이 맡은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하며, 간호사의 인권이 보장돼야 환자의 안전과 인권도 지켜질 수 있다”면서 “의료현장에서의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입법 및 정책 개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와 열악한 근무환경은 결국 사람이 부족한 문제에서 출발한다”면서 “간호협회는 최우선적으로 간호사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2차적으로 수가체계 등의 보완을 통해 정당한 대가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개선과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간호현장에서 인권침해와 불법적인 행태가 더 이상 대물림되지 않도록 간호계의 자정노력과 동시에 간호사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근로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오늘 토론회를 계기로 다시 한 번 전열을 가다듬어 행복한 간호사로 인해 국민들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분발하겠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여상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김 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축사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