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넘쳐도 인간행동 맥락 이해하려면
질적연구 통해 심층적 데이터 만들어 내야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질적연구가 더욱 중요해지고 가치가 높아진다.”
“빅데이터가 아무리 많아도 인간의 행동을 탐구하고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선 질적연구를 통해 생산되는 심층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이는 지난 6월 서울에서 열린 제7차 세계질적건강연구 학술대회(GCQHR)에서 강조된 이슈이다.
마이클 반 매넌(Michael van Manen) 캐나다 알버타대 의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테크놀로지(기술)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인간의 삶과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서 “이에 따라 기술에 대한 질적연구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해지며, 기술을 현상학적 질적연구의 주제로 잡아 탐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로 초음파 기술이 발전하면서 아이가 출생하기 전에 다양한 상담을 해줄 수 있게 되고, 이때 부모에게 좋은 상담을 해주기 위해선 기술에 대한 질적연구가 필요하다는 것.
반 매넌 교수는 “상담 전에 부모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공유하기 위해 앱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앱은 복잡한 설명이 아니라 사진과 그림 등으로 알기 쉽게 구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질적연구가 철학적인 고찰이나 저널에서 읽혀지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구결과가 병원에서 실무현장에서 직접 적용되고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줄리앤 치크 노르웨이 외스트폴대 교수와 로산나 맥마스터 일본 야마구치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질적연구를 통해 생산되는 심층적 데이터(Thick Data)가 더욱 중요해지고 보다 가치가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빅데이터가 아무리 많아진다고 해도 인간의 행동을 깊이 탐구하고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심층적 데이터가 필요하다”면서 “질적연구를 통해 심층적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심층적 데이터는 사람들의 삶의 주제에 대해 통찰하고 인식하게 해주며, 인간적인 맥락과 사람의 행동에 귀 기울이게 해주고, 인간의 행동을 깊은 매너로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해준다”고 말했다.
현상학적 방법을 적용한 질적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반 매넌 교수는 “현상학은 우리가 매일 보면서 지나치는 것들을 의미 있게 보게 해준다”면서 “현상학적 질적연구에서는 탐구와 성찰의 대상에 대해 `어떻게 질문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며, 생생한 체험의 본질에 집중하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 매넌 교수는 “모든 인간의 경험은 그 안에 의미가 내재돼 있으며, 사람들이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과 존재의 의미를 찾는 것이 현상학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예로 심실보조장치(Ventricular Assist Device)를 이식한 어린이의 경험을 연구하기 위해 심층인터뷰를 진행한 사례를 얘기했다. “아이들은 어른과는 다른 방법으로 인터뷰를 해야 하며, 엄격한 원칙이나 질문지를 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함께 레고나 아이언맨 놀이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의 경험을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현상학적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일화 쓰기'에 대해 소개했다. “VAD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 아이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에 대해 스스로 자신의 일화를 써보게 하라”고 말했다. 선천성질환을 갖고 있었고, VAD 삽입수술을 했고, 증상이 회복됐고, 일상생활이 가능해지기까지 일련의 과정에 대한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보게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