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간호사라는 직업은 대표적인 여성 직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대학에서 간호사를 양성하는 간호학과 역시 대표적인 여초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남자간호사 수는 1만2676명으로 전체 간호사의 3.38%를 차지하고 있으며, 올해 간호사 국가시험 합격자 중 남자 비율은 10.96%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간호학과는 남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 학습환경을 보면 실습복을 갈아입기 위한 장소로 여성용 탈의실은 제공되는데 반해 남자의 경우는 제공되지 않아 화장실 등을 이용하는 불편한 경우가 많다. 또한 여성 환자의 경우 남학생에게 성별에 따른 거부감을 갖고 있어 실습 시 남학생에게는 제한을 두게 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남자간호사로서의 미래에 대해 의구심과 괴리감을 가지는 남학생이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남자간호대학생들의 사소한 관심사들조차 여성으로 둘러싸인 간호학과에서 공유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남학생들의 주된 취미인 축구, 야구 그리고 e-스포츠를 예로 들어보자.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으로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더비가 열려도 간호학과에서는 큰 이슈가 되지 않는다.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을 하거나, SK텔레콤 페이커가 롤드컵에서 우승을 한다고 해도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축구와 야구에 관심을 가지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성별을 가리지 않는 PC방 문화를 함께 즐기면서 변화하는 간호학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남자간호대학생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남자들만이 겪게 되는 병역문제가 아닐까. 그것은 간호학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는 한 겪지 않는 거의 무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복무기간은 육군 사병 기준으로 2년이 채 되지 않지만 휴학과 입대, 전역과 복학의 시기가 맞물리지 않으면 총 2년 플러스 알파의 시간이 소요된다. 학업과 관련해 연속성이 깨지는 것은 물론이며 복학 이후에도 적응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한간호협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중보건간호사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되길 기대해 본다. 남자간호사들이 공중보건의료인으로 근무하며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남자간호사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사회적 인식과 이미지도 크게 좋아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 간호사는 대표적인 여성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성별을 구분하는 남자라는 접두사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앞으로 간호사라는 직업이 특정 성별로 대표되는 인식은 우리 사회에서 점차 사라지게 될 것이다. 남자라는 접두사가 희미해질 때, 비로소 남자와 간호학과는 진정으로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하게 될 것이다.
그날을 앞당길 수 있도록 힘을 보태는 간호대학생으로 열심히 살고 싶다. 대한간호협회에서 운영하는 `KNA 대학생 활동가'로서 보건의료정책과 간호이미지를 모니터링하고, 간호를 알리는 홍보활동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