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참여와 실천이 통일 첫걸음 … 남북 간호협력체 필요
통일시대에 대비해 남북한 간호체계 통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이 시작됐다.
통일간호포럼(대표·신경림)과 대한간호협회(회장·김옥수)는 `통일시대, 간호체계 통합 방안' 주제 토론회를 10월 24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했다.
이날 개회사를 한 신경림 통일간호포럼 대표(전 국회의원)는 “통일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이며, 통일국가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실제적인 방향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간호분야는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장 시급히 준비해야 할 분야”라면서 “통일시대를 대비해 남북한의 건강격차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서로의 장점을 모아 통합한 간호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간호포럼은 통일시대 사회적 통합에 기여하기 위한 간호체계 통합 방안을 모색하고 정책을 제안하기 위해 올해 3월 창립됐다”면서 “오늘 토론회는 남북한 간호의 통일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 나가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옥수 대한간호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북한의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연구를 시행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은 통일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오늘 토론회를 통해 통일시대 간호분야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해 나갈 수 있는 방안들이 활발히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오늘 토론회에 독일의 통일과정을 경험한 파독간호사 모국방문단 여러분들이 함께 자리해주셔서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박윤옥 전 국회의원이 축사를 통해 “통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토론회 자리가 마련돼 감사하고, 앞으로 통일시대에 간호가 더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개회식에 이어 서순림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기조강연과 토론이 진행됐다.
최대석 이화여대 정책과학대학원장은 `분단 70년, 통일을 두려워하지 말자' 기조강연에서 “미래의 우리 역사가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오늘의 우리들이 통일이 두렵거나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통일을 주저한 것은 아닌가라는 평가를 받지 않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대석 원장은 “준비가 안된 통일은 부담이며, 경제적인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정말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통일에 대한 두려움 그 자체”라고 말했다. 이어 “통일을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며, 통일 비용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면서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통일 비용보다는 편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대석 원장은 “남북관계 발전은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면서 “특히 통일간호포럼과 같이 민간 차원에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을 비전으로만 생각하고 먼 장래에 `오는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되며, 통일은 달성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경림 통일간호포럼 대표는 `통일간호, 한국의 미래' 기조강연에서 “간호분야에서도 북한 동포와 함께 발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간호계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 통일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탈 간호사의 체험담, 북한의 간호교육체계, 관련 연구정책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다.
신경림 대표는 “남북한 간호사가 만날 수 있는 간호협력체 구성이 시급하며, 공동연구와 사업이 필요하다”면서 통일시대 간호체계 통합을 위한 방안으로 △남북한 간호사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간호학문체계 정비 및 통합된 간호교육과정 개발 △간호사 면허 취득 및 유지 방안 마련 △간호학 용어체계 통일 구축 △통일간호 관련 정책 개발 및 연구 지원 △통일간호 리더십 아카데미 지원 △간호업무 및 관련 법령 정비 등을 제시했다.
지정토론에서 정소운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기획연구부장은 “막연한 기대보다는 직능별, 단체별로 각 분야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갖고 통일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고 전문직업인들이 나서 움직여줘야 하는데, 오늘 토론회 현장의 뜨거운 열기를 보니 매우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윤지숙(가명) 탈북간호사는 “한국에 와서 간호대학을 다닐 때 영어로 된 교재로 공부하는 일이 너무 힘들었고, 병원에 취업해 간호사로 일하면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이 되면 남북한의 의료진이 일단 의사소통이 안되기 때문에 같이 일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금부터 조금씩 단계별로 남북한의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체험한 저의 경험과 생각들이 통일을 대비하는 간호사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싶다”면서 “통일간호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나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통일사회보장연구단 선임연구위원은 “통일을 위해서는 남북의 동질감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전문직능 간의 소통은 훨씬 쉽게 이뤄질 수 있고, 이는 통일을 위한 일차적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보건의료 및 건강 수준이 우리나라 1980년대와 비슷함을 고려할 때 보건진료원과 같은 역할이 요구될 것으로 보고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영애 여성인권을 지원하는 사람들 대표는 “간호협회에서 탈북여성들의 건강문제에 관심을 갖고 중요한 이슈로 다뤄주길 바란다”면서 “남북한 간호사들이 만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종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은 “통일에 대한 거대 담론보다는 간호전문직에서 차별화되게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을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통일을 미래 세대를 위한 먹거리 마련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행자 재독한인간호협회장은 “오늘 통일간호포럼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보니 통일이 되리라는 확신이 든다”면서 “열심히 통일을 준비하고 노력해 더 좋은 대한민국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