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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편집부   news@koreanurse.or.kr     기사입력 2010-03-03 오전 10:12:20

김성미 간호사(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너무나 멀고 생소한 ‘아이티’라는 나라가 어느 순간부터 매일 뉴스의 처음을 장식하고, 사람들 사이에 주요사건으로 회자되고 있었다. TV에서 보이는 아이티 참상은 실제상황이라 하기에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었다. 잔해 속에서 구출되는 모습, 주민들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최소한의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해 더욱 힘들어 한다는 소식은 의료진으로서 일말의 부끄러움도 느끼게 했다.

신혼 3개월 차로 주변 분들의 걱정이 너무나도 커서 내색을 할 수 없었지만 나는 간호사로서 정말 필요한 곳에 가서 의료지원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아이티의 여진, 각종 전염병, 테러, 부족한 물, 부족한 음식 등 위험 상황들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이티의료지원단(대한적십자사·대한의사협회 지원)으로 파견돼 2월 2일부터 7일간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아이티는 TV속의 모습과 똑같았다. 지진 이후 3주가 지났지만 복구돼 있는 곳은 찾을 수가 없었다. 무너진 잔해 위에서 철근을 모으고 있는 사람들, 집을 잃고 천막촌을 이루고 있는 사람들, 일상용품 및 사탕수수 등을 어디선가 구해와 팔고 있는 사람들이 거리에 가득했다.

‘의료지원단’이란 로고를 부착한 비정부기구(NGO) 단체와 종교단체들의 차들을 보면서 놀랍고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했다. 세계의 의료진들이 어디선가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고 아이티 사람들을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뭉클하면서도 든든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티에서 두 번째로 큰 병원이라는 평화대학병원(Hospital Univerxitaire De La Paix) 응급실에 진료실, 약제실, 주사실을 정비했다. 효과적인 진료를 위해 현지 통역사를 고용해 실질적인 진료를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지진 3주 후 파견은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도 했지만, 현지에서는 오히려 지금부터가 더 많은 의료지원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골절 및 외상환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피해 이후 3주 동안 상처들이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2차 감염이 심각한 상태였다. 무엇보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상처 입은 아이들을 보는 것이었다. 치료 중에 들리는 비명소리가 너무나 안타까웠다.

7일간의 짧은 진료 일정을 마쳤다. 한편으론 적당한 기간을 보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지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더 해줄 수 없는 안타까움과 더 해주고 싶은 욕심이 더해져서 밤낮 울다가 지쳤을 것이 틀림없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뒤에 2진·3진·4진이 계속 와서 이들을 치료해 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티에 대한 정답은 말할 수 없지만, 이번 재해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사실이다. 정치적이면서 미묘한 문제들도 있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들의 생존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세계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티에 들어와 구호활동을 협력하여 벌이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고무적이다.

이번 의료지원을 통해 간호사로서 더 큰 사명감이, 의료진으로서의 더 큰 시야와 책임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반면 한 인간은 나약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은다면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나의 참여가 작지만 조금의 힘이라도 됐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