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전문간호사 방문 프로그램을 마치고 돌아왔다. 국제한인간호재단(GKNF)에서 운영하는 전문간호사 펠로우십 프로그램에 지원해 얻은 기회였다. 나의 멘토는 시카고 일리노이대(UIC) 간호대학에 계신 김미자 박사님이었다.
◇ 미국의 전문간호사 교육과정 경험
전문간호사 방문 프로그램은 대학에서 전문간호사 수업을 청강하고 병원에서 전문간호사 업무를 관찰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내가 청강했던 과목은 Management of Illness 와 Health Assessment 이었고 이와 연관된 특강들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Management of Illness는 주로 인터넷 강의로 제공되며 Health Assessment는 매주 오프라인 강의와 실습을 함께 한다. Management of Illness 과목에서는 학기 중 세 번 임상 실습을 가상화한 프로그램을 학생에게 제공하는데 컴퓨터를 이용하여 가상 환자를 사정 및 진단 후 처방하는 일련의 과정을 경험하게 한다. 실제 임상 실습에 앞서 배운 지식을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전산 프로그램이다. Health Assessment의 경우, assessment skill 이외에 대상자의 문제점을 효율적으로 이끌어내는 면담방법을 매우 중요시 했다.
◇ 전문간호사 관찰
실습은 시카고의 주요 대학병원에 속하는 University of Illinois Hospital과 Northwestern University Hospital에서 이뤄졌는데 신경계, 응급실, 마취, 종양, 호흡기계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간호사들의 업무를 관찰했다.
미국의 전문간호사들은 각 임상 분야의 전문인으로서 환자에게 전문적인 진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자료수집에서 진단 및 치료 계획까지 의사와 의견을 나누고 협력한다. 특히 자료수집에 있어서 건강력과 신체사정을 전문간호사가 거의 전담하고 있기 때문에 치료계획에 있어 전문간호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환자진료 업무의 상당 부분을 전문간호사가 분담함으로써 의사는 시간의 탄력성을 얻으면서 의료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 비용효과적인 제도로 인정받고 있다. 여유를 얻은 의사들은 의료연구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게 된다.
◇ 멘토
GKNF NP fellowship 프로그램과 연관된 멘토는 김미자 박사님 외에 UIC College of Nursing의 전문간호사과정 담당교수인 Dr. Berry와 중환자전문간호사과정 전담교수인 Dr. Corbridge 등 세 명이었다. 성인, 노인, 아동 및 가족 전문간호사 별 전담교수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본인의 전문분야에 맞춰 멘토가 달라질 수 있다. 김미자 박사님과 수시로 주고받는 이메일 외에도 2주에서 한 달 간격으로 visiting scholar meeting을 통해 학교활동 중 나에게 부족한 부분이나 필요한 사항을 함께 체크할 수 있었다. Dr. Berry, Dr. Corbridge와는 이메일과 수업시간을 통해 의사소통했다. 특히 Dr. Corbridge가 나의 전담지도자로 수업 및 실습을 배정해 주었으며, 전문간호사과정과 연관된 특강이나 혹은 내가 듣고 싶은 강의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 한국과 미국의 차이
미국의 의료환경을 관찰하면서 항상 느꼈던 것은 한국의 현실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우선 사회적 의료제도에서부터 전문간호사에 대한 전반적 인식까지 기본적으로 거리가 있다. 미국에서 전문간호사는 환자에 대한 처방권을 가지고 질병에 대한 진단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독립적인 클리닉을 꾸릴 수 있다. 또한 교육에서도 전문간호사 교수진 모두 임상을 병행하고 면허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일주일 중 일정시간을 클리닉에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임상과 교육 간의 격차가 적게 느껴졌다
◇ 인상적 경험
전문간호사 교육과정 중 특히 흥미로웠던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patient simulation이란 일종의 평가 시험인데 환자역할을 하는 연기자를 상대로 전문간호사 과정 학생들의 임상능력을 체크하는 것이다. 나는 담당교수와 비디오촬영을 통해 각 방의 학생과 대상자를 모니터하였는데, 대상자들은 말 그대로 훈련받은 전문 연기자들이었다. 질병과 상황에 대한 각본이 주어지는 대로 연기를 하고 학생에 대한 평가도 그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내가 본 당시의 진단은 ‘천식’이었는데 대상자들이 실제로 천식 환자처럼 연기를 하고 대본을 외워서 학생들의 건강력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보았다. 학생의 진료가 끝난 후에는 연기자들이 직접 학생들을 평가한 후 ‘면담시간이 너무 길었다.’, ‘눈을 마주치지 않고 말수가 적어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등 학생에게 보완할 점을 충고한다.
비디오 관찰을 하면서 나는 대본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학생들이 긴장 속에서 노력하는 것을 보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또 하나는 집담회 시간을 통해 교수가 학생들에게 연봉협상에 있어서 알아야 할 연봉의 수준과 효과적인 협상방법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었다. 또한 클리닉을 운영할 경우 재정문제와 관련 깊은 의료비 청구방법에 대해서도 수업시간을 따로 할애하여 각 질병의 진단코드 입력방법을 학습시킨다.
◇ 앞으로 오게 될 한국의 전문간호사들에게
다음에 UIC를 방문할 한국의 전문간호사들에게 권유하고 싶은 것은 수업 청강과 실습 외에도 ISAPN(Illinois Society for Advanced Practice Nursing) conference에 참석해보라는 것이다.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번 열린다. 각 분야의 전문간호사들이 직접 강의하는 다양한 주제의 강의와 함께 미국 전문간호사들의 단체활동을 경험할 수 있다. 많은 전문간호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사회적, 법적 전문간호사제도의 문제를 토의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문간호사의 수입과 관련해 병원과의 연봉협상 등 의료비 청구에 대한 방법에 있어서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학회 외에도 수시로 간호대학의 게시판을 눈 여겨 보길 바란다. 공지 중에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강의와 연구보고가 심심치 않게 열리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국 생활을 보다 흥미롭게 경험하기 위해서 영어수업을 통하거나 UIC 대학 내 클럽 활동을 통하여 타국의 친구를 사귀며 다양한 문화를 접하는 것도 매우 소중한 경험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의 경우, 이 기간 동안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 남아메리카 및 유럽 각지에서 온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방문과 파티를 통해 그들의 색다른 문화를 접하며 바쁘고 힘든 일을 떠나 의미 있는 휴식 시간을 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