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장애인센터에서 보낸 1년
간호 밑거름 될 `섬김과 나눔' 체험
[편집국] 편집부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7-01-31 오전 09:57:40
1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한 후, 2005년 봄 영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늘 염원하고 소망해오던 섬김의 기회를 갖기 위해서였다.
항상 섬기는 삶을 살고 싶어서 간호학과에 진학하게 됐고, 간호사가 되기 전에 섬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고 싶었다. 때마침 영국의 장애인 자원봉사단체인 `Vitalise'를 통해 좋은 봉사프로그램을 만나게 됐다. 내가 간 곳은 장애인과 노인들의 휴양센터인 `홀리데이센터'였다. 겨우 간호대학 1학년을 마친, 언어소통도 자연스럽지 않은 내가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설렘과 함께 무척 두렵고 걱정됐다.
내가 한 일은 센터의 스텝으로 아침 일찍 장애인들을 깨우고 오전 트립(일종의 산책)을 나갈 준비를 돕는 것이었다. 이곳을 찾는 장애인들은 매주 적게는 5명에서 25명까지 바뀌었는데 각기 다른 장애와 그에 얽힌 사연들을 갖고 있었다. 함께 트립에 나가 그들의 손발이 돼 도왔으며 장애인들이 잠이 들기 전까지 매일 각 장애인별로 다르게 맞춤형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을 함께 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함께 하다가 가끔씩 생기는 장애인들의 응급상황 시에는 1학년만 마치고 온 것이 못내 아쉽기도 했다. 특히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섬기고 싶었지만 그들의 장애와 나의 언어문제가 겹치면서 가중됐던 안타까움들, 다른 문화에서 오는 오해, 스텝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은 이제 막 간호에 발을 내디딘 나에게 많은 과제를 안겨줬다. 이 모든 시간들은 섬김과 나눔의 현장을 직접 보고 느끼면서 배운 귀한 시간들이었다.
유럽에서는 간호사가 되기 위해 사회 경험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센터에서 영국은 물론 다양한 유럽 국가들의 간호대학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친구들과 함께 쌓은 우정과 경험들은 앞으로 간호사가 됐을 때 큰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열린 마음, 섬김, 긍정적 마음가짐, 여유, 용기와 자신감이 불끈 솟아났다. 센터에서 보낸 1년의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2학년으로 다시 복학해 다양한 환자와 간호사례, 병리를 배우다 보니 센터에서 만났던 많은 장애인들의 이름과 추억들이 하나 둘씩 새롭게 떠올랐다. 이런 것들을 미리 배우고 갔었다면 보다 잘 돌봐드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때문에. 영국 장애인센터에서의 생생한 경험들이 하루 빨리 사회에 기여하는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고, 더 많은 준비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한다. 졸업 후 간호현장에서 만나게 될 환자분들을 돌볼 기대감과 함께.
최한나(남부대 간호학과 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