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페이지

[분당서울대병원] 이연하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6-04-20 오전 09:40:51

노인의료센터에서의 3년째 근무. 느리게 행동하는 노인들을 돌볼 때마다 답답함이 많이 느껴질 때 쯤 간호부에서 실시하는 노인체험교육을 받게 됐다. 노화로 인한 신체와 정서적 변화를 중심으로 체험학습에 대한 안내를 받은 후 2명이 한 조가 되어 교대로 노인체험을 하고 서로의 느낌을 나누게 됐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노인체험 장비를 몸에 걸치고 80세의 허약 노인이 돼보니 상황이 달랐다. 병원 복도, 계단을 걸으려고 실습실을 나선 순간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을 느꼈다. 좀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관절제한장치로 인해 관절이 뻣뻣해져서 손과 다리가 묶인 듯 답답함이 밀려왔고 귓가에 `웅, 웅' 거리는 소리와 주변 사람들의 또렷하지 않은 목소리, 특수안경으로 인해 좁아진 시야와 불분명한 색깔 구분으로 높이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서 한 발, 두 발 내디딜 때마다 겁부터 났다. 특히 계단을 내려가려고 했을 때는 바닥이 잘 보이지 않아 낭떠러지 같은 기분이 들어 식은땀이 절로 나고 무서운 생각이 앞섰다.

근력감퇴를 체험하기 위해 모래주머니를 착용한 팔과 다리의 무게는 더욱 천근만근 힘겹게 느껴져 진짜 노인처럼 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모든 것이 마음먹은 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아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나 제한돼 있다는 느낌이 들어 우울했고 세상과 고립됐다는 두려운 생각과 외로움도 느껴졌다.

주변에서 "어휴, 팔, 다리야." "이상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질 않아. 왜 이리 몸이 뻣뻣한 거야, 아이고 답답해라." 힘들다는 아우성이 들렸다. 그때 옆에서 부축해주고 안내해주는 동료의 손길이 다가왔다. 그 손길 덕분에 사고 없이 무사히 체험교육을 마칠 수 있었다. 사소한 도움이었지만 옆에서 내민 작은 손길이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를 실감하게 됐다. 옆에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큰 의지와 힘이 됐다. 도움의 손길을 놓기 싫었다.

지금까지 내가 노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잊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교육을 받으면서 비로소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노인들의 어려움을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

노인체험교육은 간호사로서 노인환자들에게 신체적 도움과 정신적인 지지가 모두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깊이 느끼게 된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평소에 운동 등을 통해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고 늘 즐겁고 감사한 마음 자세로 생활해 건강한 노년을 맞도록 준비해야겠다는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됐다.

노인체험학습 이후 나는 동료들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노인이 됐던 경험과 느낌을 자주 이야기하게 된다. 또 모두 함께 노인의 입장에서 환자를 간호하려는 자세를 잃지 않는 사려 깊은 간호사가 되도록 노력하자고 다짐하고 있다.

이연하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