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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한미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5-05-06 오전 10:43:27

　전북대병원 간호부에서는 2001년도부터 신규간호사들을 대상으로 환자역할 체험 프로그램을 해오고 있다. 금년에는 기존에 해왔던 환자역할체험뿐 아니라 보호자역할 체험을 추가로 실시했다.

　4주 동안의 신규간호사 교육 및 현장실습을 마치던 날, 보호자 역할을 체험하는 기회가 주어졌다. 아직 3교대 근무가 익숙하지 않아 졸린 눈을 부릅뜨며 밤 근무를 할 때면 가끔, 침상의 환자와 보호자처럼 누워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를 곁에서 돌보는 보호자의 어려움을 헤아려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보호자의 입장에 서서 많은 점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보호자역할 체험을 통해 하루 동안 돌보게 된 환자는 뇌경색으로 인한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분으로, 재활의학과병동 6인실에 입원해 있었다. 가족이 없어 가끔 먼 친척이 와서 돌봐주곤 했다. 활동적으로 움직이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침상에서 양치와 세면하는 것을 도와주고 화장실에 갈 때 부축해주거나, 심전도검사실에 함께 다녀오기도 했다. 환자가 주로 잠자는 시간이 많아 곁에서 병실 내의 모습을 한참동안 관찰할 수 있었다.

　간호사로 분주하게만 드나들었던 병실은 너무나 조용했고 참으로 무료하게 느껴졌다. 병실내 사람들은 서로의 모습을 멀거니 바라보곤 했고 의사나 간호사가 들어올 때면 곧바로 모든 시선이 한 곳으로 집중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잠깐 수액을 확인하러 온 간호사 얼굴을 볼 때면 무척 반가웠고, 언제 또 들어올까 기다려지기도 하였다.

　단지 해야 할 일만 하고 가기보다는 얼굴 한번 더 쳐다봐주고, 안부라도 물어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내가 간호사일 때는 여러 가지 해야 할 업무로 분주해서 그럴만한 시간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환자가 편찮지는 않은지 물어보고, 미소 띤 얼굴로 대한다면 더욱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얻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뿐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고 돌보는 보호자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하게 지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보호자용 간이침대는 생각보다 딱딱하고 낮아서 오래 앉아있기에 너무나 불편했다. 지나가는 한마디라도 “힘드시죠? 애쓰십니다”라고 보호자에게 전한다면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보호자가 환자의 불편함을 대신 전하고 한번 봐주기를 부탁했을 때, 즉시 와서 확인해주는 간호사의 모습에서 신뢰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그렇지만 보호자가 없을 때도 많고, 언어로 직접 표현을 못하는 환자이기 때문에 간호사의 더욱 잦고 정확한 관찰이 필요해 보였다.

　짧게는 몇 일에서 길게는 몇 년 동안 환자 곁에서 돌보는 보호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체험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하루였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얻었던 교훈들을 앞으로 간호사로서 환자와 보호자를 돌볼 때마다 마음에 새긴다면, 그분들에게 작지만 진실된 힘을 더해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짧지만 귀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