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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의대 간호대학] 유재연 · 전하영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10-21 오전 09:18:28

　2004년 여름, 10년만의 폭염이 한반도를 강타했다는 보도가 연일 이어질 즈음 을지대 교정 한구석은 빠른 댄스음악으로 흥겨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맞추어 신나게 몸을 흔드는 개성파 남녀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말고사로 정신이 없던 어느 날 우리는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대전광역시가 후원하는 대학참여 공익사업의 하나로 우리 대학이 아동 및 청소년의 체중관리프로그램을 열게 됐고, 여기에 우리가 소속된 댄스동아리 `Pressure'가 동참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사실 처음엔 단순히 춤이 좋아서 즐기는 우리들이 과연 이 프로그램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가 사랑하는 춤을 제대로 알릴 수 있겠다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춤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 우리는 뜨거운 여름, 더 뜨거운 댄스 연습에 돌입했다.

　준비기간을 거쳐 우리는 청소년과 아동을 위한 `멀티에이전트 체중관리 프로그램'에 4주의 기간을 몽땅 바쳤다. 날마다 학생들의 출석을 체크하고, 알차고 다양한 내용으로 프로그램을 이끌며, 체중의 변화를 확인하는 일정을 함께 하면서 우리는 점점 진지해져가는 서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바디 체크'를 통해 단순한 키/체중의 비율이 아니라 근육과 지방의 비율, 몸의 발육상태, 균형이 건강한 신체를 위해 더 중요함을 배웠다.

　살을 빼려고 굶거나 야채만 먹지 말고 음식을 조절해서 먹어야 한다는 것,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얼마나 체중관리에 도움을 주는지 등도 알게 됐다.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다는 아로마를 이용해 비누나 로션을 만들고, 퀴즈게임으로 칼로리를 배우는 등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짜여진 프로그램을 할 때는 가르치는 우리들조차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나는 것은 역시 `춤'이었다. 동작 하나하나를 만들면서 학생들이 잘 따라할까? 어려워하진 않을까? 실망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이런 근심은 첫 시간 이후 싹 사라졌다.

　쑥스러워 했지만 모두 열심히 따라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제법 흥겹게 춤추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다.

　비만도가 높은 학생들은 사실 허리도 잘 돌아가지 않았지만 방학을 전부 투자해 하루도 빠짐없이 땀을 흘리는 열의를 보였다.

　우리가 즐기는 것으로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하고 유익함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기뻤다. 처음에는 뚱뚱한 몸매로 인해 위축돼 있더니 어느 틈에 서슴없이 앞에 나와 춤추는 아이들, 서로 친해져서 뒹구는 장난꾸러기들, 겨울방학에도 올 수 있냐며 아쉬워하는 아이들, 우리를 선생님이라 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던 학생들이 있었기에 지난 여름은 뜨겁고도 cool했다.

　춤 연습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간도 많았지만 우리는 기대 이상의 큰 것들을 얻었다.

　우선 교수님들을 우리 춤꾼들의 팬으로 확보했고, 일상의 취미나 관심사를 간호에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나의 즐거움을 통해 남들도 즐겁고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배운 것이 큰 수확이었다.

　봉사하는 대학인으로서의 자부심, 건강을 지키는 간호인으로서의 긍지. 이번 여름 방학은 우리에게 추억이자 참다운 간호의 경험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유재연 · 전하영(을지의대 간호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