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병원문화 간호사 리더십으로
오 덕 순 (가톨릭대 성모병원 단기입원치료실)
[가톨릭대 성모병원] 오덕순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08-19 오전 10: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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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서울 영등포구청이 주최한 제9회 여성주간 기념작품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 `남녀평등 속에 21C 여성 미래 방향의 길이 있다' 입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가장 많이 접하고 그들 곁에 있어 주는 사람이 바로 간호사다. 간호현장에서 실제 업무를 하다 보면, 가부장적 권위의식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간호사는 마음에 상처를 입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극소수이긴 하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이 간호사라는 호칭 대신 `언니'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은 간호사를 전문직 여성으로 보지 않는 고정관념, 성차별적 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남성 우월적 사고를 지닌 몇몇 사람들이 간호사를 수평적이 아닌 수직적 관계로 접근할 때도 있다.
직종 간 어느 한쪽이 더 낫다 못하다 말하는 것은 전문직 여성을 바라보는 인식의 문제라 할 수 있다. 몇몇 의사들이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간호사를 존중하지 않고 간호사한테 불쑥 내뱉는, 참을 수 없는 언어폭력을 사용할 때 간호사는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참을 수밖에 없을 때가 있다. 구시대적 양성불평등 사고방식이며 함께 일하면서 서로 상호 존중돼야 할 것이다.
요즘 젊은 남성들은 결혼상대로 안정된 직장과 직업을 가진 여성을 선호한다고 한다. 병원에서도 결혼 후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간호사들이 힘든 업무에 시달리며 가사와 양육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불평등할 때가 있다. 돈 버는 데만 평등할 것을 바라고 가사와 양육은 아내와 어머니의 몫이라며 이중고의 짐을 지운다면 갈등이 계속되고 가정에서 평화의 길은 멀어지게 될 것이다. 가부장제 관습을 극복해야만 가정의 행복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제 병원사회라는 직장에서 차별 없는 양성평등을 위해 간호사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사회는 능력 있는 간호사를 필요로 하고 있고 숨 가쁘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간호사는 좀 더 탄력적인 몸짓으로 자신을 바꿀 수 있는 체질 개선을 해야 할 것이다. 병원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1C 여성 리더십(마리아 N.루더만·패트리야 J.오롯 지음)'에서 말하는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진실성이 있어야 한다. 환자를 대할 때 진실해야 하며 대학병원이라는 조직풍토에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 안의 나를 발견하고, 자신을 끊임없이 반성하고 평가하고 신념을 내면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둘째, 관계형성을 잘 해야 한다. 병원이라는 닫힌 울타리에서 고립되거나 무기력하게 `유리천장'만을 바라볼 게 아니라 적극적인 활동 속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의사, 환자, 보호자 등 주변 사람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
셋째, 주체성 있는 여성으로서 원칙과 목표를 세우고 조건의 변화에 당당하게 적응하고 여러 가능성에 항상 열린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다.
넷째, 전체성이 있어야 한다. 병원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없다고 직장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양자택일보다 일과 자신의 꿈을 이루도록 다양한 일들을 통해서 업무 이외의 관심사도 갖고 자기개발을 부지런하게 하며 세상의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자아명료성이 있어야 한다. 병원 조직에서 `나'는 누구인지,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지, 세상과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업무중 부딪히는 여러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2만달러 시대를 바라보고 있고, 동북아 시대에서 여성은 핵심 요소이다. 여성정책은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 사회적 주체로서 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넓혀나가야 할 것이다.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객관적이며 생산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보육과 가사노동이 사회적 서비스 차원에서 해결되고 여성 인적자원이 대거 개발, 활용돼야 할 것이다.
직종 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나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와 사랑을 바탕으로 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이 전문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남녀 모두가 서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열린 의식과 제도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도록 다함께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만 양성평등의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