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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김미종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4-02-12 오전 09:17:58

　동아시아 여성들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동아시아 여성포럼'이 `Embracing New Challenges:Women in Action' 주제로 홍콩에서 열렸다. 포럼에는 중국, 한국, 일본, 홍콩, 몽골, 대만 등에서 350여명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여성NGO네트워크 주도로 김의숙 대한간호협회장을 비롯해 간호계 인사 6명 등 33명이 참가했다.

　동아시아 여성포럼은 1995년 베이징 세계여성대회에서 문화적 공통점을 지닌 동아시아 국가들간에 토론의 장을 만들어 보고자 하는데서 출발했다. 이미 한국, 일본, 몽골, 대만에서 열린 적이 있어 필자처럼 처음 참석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구면인 사람도 많아 개회식 행사에는 정겨움이 가득했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앞서 포럼의 주요멤버였던 일본 여성운동가의 사망소식을 전하고 생전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며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포럼은 전체 참가자가 모여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과 함께 여성건강, 여성과 환경, 여성과 교육 등 이슈별 워크숍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서로를 자매(sister)라 부르며, 각국의 여성문제를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필자는 성폭력 분야에서 발표했는데 한국의 전반적인 성폭력 실태와 사이버 성폭력 등 새로운 경향에 대해 소개했다. 발표 후 한국에서는 부부간의 강간이 몇 %나 되는가? 라는 질문을 받아 무척 당혹스러웠다. 한국에서는 아직 부부간 강간이라는 개념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다행히 몇 년 전 이 문제와 관련해 입법활동을 했던 한국 분이 계셔 보충설명을 해 주었다.

　가정폭력에 대한 워크숍에서는 각국 정부의 지원과 입법상태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발표자는 최근 중산층 가정의 가정폭력을 다룬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된 이후 사회적 반향이 커 이를 활용해 포스터를 제작하는 등 가정폭력예방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은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가정폭력에 관한 법안을 2년여 동안 준비했으며 25회 이상 청문회를 거쳐 여론을 수렴한 후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후보자를 공략해 입법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미치는 자리에 여성들을 대거 진출시킨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에는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한 선언문과 행동강령이 발표됐다. 그동안 주로 학문분야 학술대회에 참석했던 필자로서는 여성운동의 실천적 특성에 놀랐으며 그 추진력이 부럽기만 했다.

　포럼기간 중 `주거'를 주제로 한 견학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극빈자 아파트를 방문한 후 부유한 동네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지저분하고 비좁은 원룸 극빈자 아파트를 소개하는 홍콩 사람들과 집주인에게 한달 생계비 등을 질문하며 열악한 실태를 파악하려는 참가자들을 보며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번 포럼을 통해 여성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으며 많은 감동과 소중한 추억을 얻었다. 이 순간에도 여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을 동료들을 생각하며 옹호자로서 간호의 길을 되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