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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동정보대학] 이인숙   news@nursenews.co.kr     기사입력 2003-10-23 오전 09:57:54

오늘은 사은회 행사와 함께 우리과 총동문회가 있는 날이다. 6년째 사은회를 겪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사은회만큼 가르치는 사람에게 어색한 자리도 없을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큰절과 함께 교수들을 위해 편지를 낭송할 때면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늘도 이렇듯 어색한 시간을 보낸 후 학생들과 함께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로 향했다. 곧 이어질 제1회 총동문회를 위해 찾아온 졸업생들의 모습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듯하고 원숙하게 성장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의 속을 태우기도 하고 기쁨을 주기도 했던 학생들이 이제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자신의 일터에서 옛 배움터로 잠시 돌아온 것이다.

　그들을 보며 뿌듯한 마음과 함께 학생 때 좀더 잘 대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자책해 본다. 마음을 다치게 한 적은 없었는지, 각자 개성이 있고 고유한 장점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위치이다 보니 내 생각만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그러나 이제는 그들을 바라보며 대견스러움을 느낀다. 젊다고 할 수 있는 이 나이에 3년 전 졸업생들을 보며 이렇듯 대견하다면 수십 년 후 그들을 대할 때면 얼마나 마음이 뭉클해질지 가히 짐작이 된다.

　가르치는 고귀한 직분을 선사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의 위치에 대해 불만을 가졌던 많은 시간이 떠오른다. 내가 가르치는 이들이 나의 스승일 때가 많거늘 내 자신이 일방적으로 이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앞으로는 이들이 바로 나의 스승임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 점점 많아질 것 같다.

　어른의 아버지가 어린이임을 깨닫듯 나는 이들을 가르치며 나의 부족한 점과 잘못된 점을 수없이 깨닫게 될 것이다. 철부지 대학 1학년생으로 들어와 이들이 간호과에 머무는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 많은 가르침을 주고받다가 어느 날 떠나고, 떠나보내는 과정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앞으로 만나게 될 또 다른 스승인 미래의 학생들을 생각하며 좀더 나은 만남이 될 수 있도록 내 자신을 가꿔갈 것이다.

이인숙(극동정보대학 간호과 교수)